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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 놀이이자 노동

[공공 도큐멘트3](2014)에 실릴 원고 초안

 

제작 – 놀이이자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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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집단지성의 역동이 디지털 파일의 복제와 확산의 수준을 넘어 온갖 물건의 생산과 유통 영역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산업 사회를 구성하는 물질 영역의 제조를 도맡아 온 곳은 공장이었다. 그런데 그 공작 기계였던 컴퓨터 수치제어 천공기, 레이저 절삭기, 3차원 인쇄기가 하나둘씩 우리의 책상 위로 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아예 공장 자체가 보다 친근한 분위기로 단장한 해커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 팹랩, 테크샵, 생활 공방의 모습으로 근린에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제작(製作, make)문화가 유행처럼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권총이 출력되고 짜장면이 다운로드되는 일이 생기거나 생길 수 있다. 우리가 현대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물건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가 예고된다. 이것은 그저 기술낙관론자들의 “3차 산업혁명”이 될 것인가? 혹 지긋지긋한 상품 소비를 지속하는 대신 생계 수단의 자급을 위한 풀뿌리 기술 문화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제작 문화가 부상하는 오늘의 맥락과 그 전개를 진단하기 위해 이 글은 제작의 두 뿌리인 놀이와 노동이 어떻게 재결합하고 있는지 추적해 보고자 한다.

 

놀이 – 디아이와이, 기술놀이, 해킹, 창조

수집, 수공예, 바느질, 목공, 조립, 요리, 원예, 농사와 같이 물리적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고치거나 가꾸거나 짓고 만드는 작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한 제작 문화의 전통이다. 이러한 제작 관행은 일이면서도 놀이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제작은 생계 활동과 긴밀히 연관되어 노동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적 노동과는 다르게 “자신의 공간 속에서, 아무런 시간적 구획없이, 자신의 구상에 따라, 그리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행해”(노동의 개념: 201)진다. “모든 생활과 분리된 별도의 활동 범주”(이종영 2010: 201)로서 산업화된 사회의 공장 노동과는 다르게 제작은 생존과 생계의 필요에 따른 일이면서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활동으로서의 놀이, 여가, 취미와 뒤섞여 이루어진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고 누구나 어느 정도는 몸에 익히기 마련인 제작의 기예를 전문가에게 임일하고 살도록 된 산업 사회에서 제작은 특별한 일이 된다. 그러다 보니 제작은 흔히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가 강조되면서 “네 자신이 직접 해보라”는 뜻의 디아이와이(DIY, Do It Yourself)의 하위문화로 부상한다. 이는 195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물건을 고치고 새로 만드는 데 즐거움을 찾은 일군의 사람들의 문화로 시작되지만, 1970년대 펑크(punk) 문화와 결합해 사회 변화를 위한 하나의 실천적 행위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계와 국가의 지원을 거부하는 삶과 사회의 대안적 조직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Holtzman & Hughes & Meter 2007). 제작과 같은 놀이의 형식에 따른 생산 방식이 자본주의적 노동에 의거한 생산 양식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작은 놀이 중에서도 기술놀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사물과의 상호작용이 제작 행위의 중요한 계기를 이루는데,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것을 열고, 나누고, 자르고, 뚫고, 섞고, 깁고, 붙이고, 올리고, 내리는 일은 우리의 몸이나 도구를 매개로 한 기술이 연루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놀이는 곧 기술놀이가 된다. 기술놀이는 기술의 각도에서 볼 때, 그것이 이용되는 방식이 놀이의 형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술을 설계(design)한 측에서는 자신이 설계한 대로 기술이 이용되기를 바라지만, 이용자는 흔히 자신의 특정한 맥락이나 특별한 목적에 따라 기술적 인공물을 애초 설계된 방식과는 다르게 이용한다. 사실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은 어느 하나로 정해진 것이 없이 제각각일 수 있다(Oudshoorn & Pinch 2003: 1-2). 그 중에서도 기술의 설계시 주어진 기능에서 최대한 벗어나 그것을 가장 자유분방하게 이용하는 방식이 바로 놀이에서 나타난다. 기술놀이에서는 이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여지도 커진다. 놀이가 흔히 창의성이나 창조 행위와 연관되는만큼 기술놀이는 기술의 창조적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작은 놀이의 차원에서 기술의 창조적 전유와 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 문화에 대한 최근의 유행과 관심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이 창조적 전용이 낳는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 창조의 잠재력일 것이다.
제작이 기술놀이라고 할 때, 기술은 놀이의 대상이자 수단이며 과정이다. 그 기술은 오늘날 무엇보다도 컴퓨터라는 정보기술이 대표하고 매개한다. 컴퓨터 자체를 놓고 벌어진 기술놀이 역시 역사가 짧지 않다. 이는 적어도 1960년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정통 해커 공동체까지 거슬러 간다. 그들이 처음 컴퓨터 해킹이라는 말을 쓸 때 그것은 “어떤 건설적인 목표의 성취뿐만 아니라, 작업과정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즐거움을 가진 프로젝트나 그에 따른 결과물”(레비 1996: 22)을 뜻했다. 애초 해킹은 기술 자체에 대한 통달을 목적으로 한 기술놀이였다(조동원 2014). 놀이를 통한 기술의 통달과 전문적 지식은 새로운 기술의 혁신과 창조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기술의 자유분방한 이용과 위법적인 행위에 활용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해킹이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불법복제 해적질, 시스템·네트워크 침입, 해킹행동주의(hacktivism), 사이버테러나 사이버전쟁에 이르기까지 창조와 파괴의 양단을 오가는  역동적인 역사를 갖게 된 것도 예의 기술놀이의 양가성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찬사를 받든 부정적인 것으로 질타를 받든 컴퓨터 이용자의 기술놀이와 창조적 전용에 입각한 해킹은 지난 반세기 동안 문화와 산업과 체제를 갱신하고 혁신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대표적으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FLOSS, Free/Libre/Open Source Software) 운동은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변경하며 개선할 수 있는 소스코드를 공개·공유하는 해킹의 관행을 확산시킨 것으로, 점차 기업이 통제하기 시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이용 방식에 대해 개발자-이용자 공동체 기반의 대안을, 더 나아가 비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토대를 둔 정보 생산물의 생산·유통·소비의 혁신을 지배적 시장 안까지 밀어붙여 왔다(조동원 2009). 이는 결국 리눅스, 오픈소스, 웹2.0, 소셜 미디어를 앞세워 기세를 잡으며 주류적 정보산업계에서도 성공한 사업모델로 자리잡았다. 소수 엘리트 컴퓨터 이용자 하위문화에서 시작된 정보 자유와 정보 공유의 해커윤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오늘날 가장 지배적인 정보기업의 핵심 경영 원리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껏 해킹이 주류 미디어와 컴퓨터 보안산업의 정보사회 스펙타클 연출에 따라 컴퓨터 기반 활동으로 축소되어 왔지만(Taylor 1999: ⅶ), 그것의 함의는 애초 이 용어의 발단에서 보듯 거의 모든 기술에 대한 이용자의 놀이에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해킹은 기술 일반에 대한 능동적 이용자의 기술놀이이자 창조적 전유로 확장되어 왔고, 이는 단적으로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용어 자체가 해킹이 소프트웨어나 가상공간에 머물지 않고 현실 공간의 특정한 장소에서 하드웨어나 물리적 실체에 대한 해킹으로 확장되었음을 잘 표현해 준다. 이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세워지지 시작했고(Maxigas 2012), 전지구적 네트워크인 해커스페이스의 허브 사이트(hackerspaces.org)에 등록된 것을 볼 때, 천 여개 이상의 해커스페이스가 세계 곳곳에 세워져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해킹은 명실공히 기술적 인공물로서 물건들이 만들어진 원리를 알아내어 개선하거나 변형시키고 더 나아가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활동으로서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해킹의 물질 영역으로의 확장은 무엇보다도 공개와 공유의 실천이 확장되기 때문에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변경하고 개선할 수 있는 소스코드의 공개·공유 관행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나 온갖 물건의 제조에 적용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최근의 제작 문화는 하드웨어 해킹과 함께 열린 설계(open design)의 흐름에 기반을 두고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제작이 오늘날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직접 해보기(DIY) 문화와 정보기술 해킹이 결합하며 온갖 사물의 제조 원리가 담긴 그것의 설계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접근에 그 핵심이 있다. 어떤 물건의 설계에 관한 정보, 말하자면 설계도를 자유롭게 검색, 복제, 이용, 수정, 재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이나 집단, 소규모 공동체 수준에 머물던 전통적인 제작 문화가 전지구적인 규모의 새로운 이용자 기술문화로, 이름하여 제작 문화로 확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냥 제작자 운동(maker movement), 제작 문화(make culture)라고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디지털 제작 혹은 디지털 제조(digital fabrication)이고, 정보·지식·노하우의 공개·공유의 해킹 관행의 기반 위에서 가능해진 문화적 역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오늘날 제작 문화는 물리적 재료이든 컴퓨터를 매개로 한 작업이든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 놀이에 뿌리를 두고 있고, 해킹이라는 기술놀이가 가져온 엄청난 혁신과 공개·공유의 오픈소스 이용 문화에 힘입어 열린 설계를 핵심으로 하는 디지털 제작의 대중 문화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노동 – 공작기계의 디지털 대중화, 놀이공장, 창조 경제

제작의 뿌리는 놀이뿐만 아니라 노동에도 있다.     제작이 놀이라고 했지만 그 행위 형태는 제조업 공장의 노동자가 매일같이 수행한 공작과 가공의 노동과 닮아 있다. 그것은 이전부터 공장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숙련의 형태로 지니고 있던 그러나 점차 자동화 기계에 빼앗긴, 자르고 뚫고 붙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해커스페이스만큼이나 제작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팹랩(FABLAB)은 말그대로 제조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을 뜻한다. 제작(製作, make)은 제품의 생산인 제조(製造, manufacturing, fabrication)와 크게 다르지 않고, 엇비슷한 행위가 공장 안에서는 노동이고 이제 해커스페이스나 팹랩과 같은 기술문화 공간에서는 놀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제작의 또 한 뿌리이자 행위 형태가 노동이라는 사실은 해커스페이스나 팹랩과 같은 작업장(workshop, techshop)에 구비되어 그 곳을 한 눈에 제작 공간이게끔 만드는 도구나 기계를 보면 분명해진다. 이들 제작수단은 모두 제조업 공장을 채우는 공작 기계(machine tools)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는 소재에 기하학적 성형을 가하면서 그에 원하는 모양과 크기를 부여하는 정밀한 제조 기계로서 보통 제재·절단기(sawing and cutting machines), 천공기(drilling machines), 연삭기(grinding machines), 선삭기 혹은 선반(turning machines, lathes), 제분기(milling machines) 등이 있다(Decker 2014).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 덕분에 이제 그 일부가 완성 제품의 소비자로 머물렀던 사람들의 작업장 탁상 위에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 기계를 수동으로 작동시켜 이뤄지던 성형 작업이 1950년대 초반 천공 테잎을 이용한 방식에 따라 최초로 자동화되고, 1960년대부터 수치제어(NC, Numerically Controlled)가 가능해지고 1980년대에 이르러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제어(CNC, Computer Numerically Controlled) 공작 기계가 등장함으로써 제조 공장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었다. 1980년대 이래 공작기계의 디지털화는 이전의 수동적 공정에 비해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면서 서서히 공장들에 퍼져 나갔다(Decker 2014). 공작 기계의 디지털 자동화는 무엇보다도 숙련된 노동의 제거를 의미했다. 노동자의 숙련은 그 체화된 지식이 추상화·객관화되어 공작 기계의 운동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로 이전되면서, 디지털 제조에서 인간이 담당하는 역할은 이제 컴퓨터로 제품을 설계(디자인)하는 작업에 국한되었다.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에 따라 제조 공정이 숙련 노동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노동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 통제를 용이하게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사실상 디지털화는 그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디지털화는 더 나아가 그것의 대중화로도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소비자 혹은 이용자가 컴퓨터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설계할 수 있고 디지털로 자동화된 기계가 “다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제 그 기계들을 고비용의 숙련된 노동자에 작업을 일임하며 공장 안에 가둬둘 필요가 없다. 제조 공정 자체에 숙련된 노동자의 정교한 손길이 필요없게 되자 일부 컴퓨터 수치제어 기계가 탁상 크기로 축소되고, 중산층 소비자가 구매할 정도의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30여 년 전 컴퓨터가 그랬듯이, 제조 공장의 육중한 공작 기계들이 “이용자친화적인” 탁상용 제조 기계로 탈바꿈해 근린 제작소의 호기심 많은 제작자의 놀이 수단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해커스페이스나 팹랩의 제작 공간은 탁상용 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를 비롯해 종이, 목재, 플라스틱, 아크릴, 가죽, 왁스, 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성형하기 위한 복사하기, 자르기, 붙이기, 굽기를 가능하도록 해주는 스캐너, 절삭기, 절단기, 인쇄기 등의 제작수단이 구비될 수 있었다. 레이저 절단기(laser cutters)의 경우, 이전의 수동 공작 기계보다 (그 정교한 작동을 위한 노동자의 숙련을 필요없게 하면서도) 더 정교한 절삭과 천공(cutting and drilling)을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탁상용 레이저 절단기는 얇은 목재, 플라스틱, 판지를 절단하는 아직은 단순한 작업을 위한 것이지만, 시장이 확대되고 더 저렴해지면 탁상 제조 기계의 기능이 신속히 향상되며 공장에 구비된 수준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인데, 이미 창업과 영리 사업을 추구하는 팹랩이나 메이커스페이스는 산업적 규모의 공작 기계를 구비해 놓고 있다(Decker 2014). 신산업혁명을 부르짖는 앤더슨(2013: 49)이 말한 대로 “클릭 한 번 하는 거리에 내가 원하는 것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이 세워지는 셈이다. 제작 문화를 표상하는 또 하나의 제작 수단으로 3차원 인쇄기 역시 디지털 공작 기계의 하나로 등장한 기술이다. 대부분의 공작 기계가 절삭 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의 방식인 데 비해 이것은 새로운 층을 켜켜이 쌓는 첨삭 가공 혹은 적층 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1990년대 이래 주로 시제품 제작을 위해 금속분말에 레이저를 쏘거나 플라스틱을 녹여 단면을 직접 인쇄하는 식의 여러 가지 3차원 인쇄 기술이 나타났고(홍일선 2013), 점차 완성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로 발전했다. 최근에 이르러 탁상용 3차원 인쇄기가 만들어지면서 대중 시장이 열리고, 더 나아가 3차원 인쇄기의 제조 자체가 오픈소스로 가능한 상태에 이르면서(reprap.org), 이 역시 제작 공간의 주요 공작 수단으로 등록된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제조의 대중화 현상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는 제조업을 되살릴 수 있다는 낙관론을 불러 일으킬 정도에 이르고 있다. 대중 소비시장을 겨냥해 탁상용 3차원 인쇄기를 제조 판매하는 메이커봇의 사장이 한 말이기는 하지만, 3차원 인쇄로 1인 제조업이 가능해질 것이고 “실업 상태의 노동자가 자기고용된 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Söderberg 2012 참조). 또, 수백만 제작자들이 각 개인의 창의력에 기초해 온갖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저노동 비용 국가로 생산을 외주화한 기업의 유인을 감소시키면서 선진국의 제조업이 다시 부양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Söderberg 2013 참조).
당연하게도 3차원 인쇄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용 절감의 차원이 크다. 이 기술 자체가 재료 덩어리를 자르거나 깎는 방식과 비교해 필요한 부분만 쌓으며 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앞서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의 목적이자 결과로 언급했던 것처럼 자르고 깎는 과정에 요구되는 숙련된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므로 노동 비용의 절감 효과가 상당히 큰 것이다. 3차원 인쇄가 치아, 의족 등 개인 맞춤형 제품 제조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도 소량으로 다품종을 추가 비용 없이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하면 제품의 제조를 위한 디자인 작업도 더없이 쉽고 저렴해질 수 있다. 그에 더해 공작 기계가 제조 공장에서 나오고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며 노동을 대신하게 되면 그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단적으로 아마존닷컴은 완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인쇄할 수 있는 3차원 인쇄기와 필라멘트 그리고 3차원 디자인 파일을 팔기 시작하면서 그 실험에 앞장 섰다(amazon.com – Additive Manufacturing Products). 내부 노동 비용의 절감을 위한 이러한 시도는 아예 생산(제조)의 노동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예시해 주고 있다. 가정용 3차원 인쇄기와 같이 대중화된 생산수단이 기존의 제조 노동을 고용된 관계에서 자유롭게(즉 공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조업이 다시 이동할 가능성은 불분명한 반면, 3차원 인쇄기와 같이 제조업의 생산수단이 공장에서 생활 세계로 옮겨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저임금 노동력으로 제조업을 떠맡아 온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조 생산의 귀환을 순진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노동의 전가를 통해 저임금에 대해 무임금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 때 가능한 것이다(홍일선 2013: 29). 그것은 제조 노동력의 공급을 지리적 국경을 넘는 차원이 아니라 노동의 경계를 넘어 노동이 아니었던 인간 활동에서 구하려는 시도라고 할 만하다. 다시 말해 자기고용된 제작자라거나 무임금의 노동력이라는 것은 곧 노동의 사회적 전가라고 할 수 있고, 제작 문화의 경우 그것은 노동의 놀이화로 볼 수 있다.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 및 대중화와 함께 이전에는 공장 안에서 이루어진 제조 노동이 생활문화 공간에서의 제작 행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 노동이 놀이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그런데 노동의 놀이화는 사실상 놀이의 노동화를 뜻한다. 노동을 놀이처럼 하게 된다면 여가 시간의 놀이도 노동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노동을 부리거나 놀이 판을 깔아 무언가 챙기려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노동이 놀이로 연장되는 방향의 노동과 놀이의 탈분화는 애초의 노동도, 노동이 아니었던 놀이도 그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지 않은 채 그 가치를 포획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해커스페이스나 팹랩과 같은 디지털 제작 공간은 오픈 소스(open source)로 활기찬 기술 놀이터이면서 점차 제조 노동이 외주화된(out sourcing) “사회적 공장”이 되고 있다. 디지털 노동력은 군중 외주화(crowd sourcing)로 수급하고, 자금은 소셜 기금(social funding)으로 조성하여, 새로운 프로젝트가 개시되기를 수 차례 거듭하며 될성싶은 사업모델로 창업하고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가)을 기다리는 식의 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늘 신성장동력을 찾아 헤매는 각국 정부가 전폭적이지만 관료적인 지원 사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우 상해 정부가 2010년 상해에 세워진 중국의 첫 해커스페이스에 자극 받아 추진한 혁신실(创新屋, innovation houses)이 설치되고 있고(Lindtner & Li 2012),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고(浜田忠久 2014), 그리고 한국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업을 펼치고 있는 무한상상실(ideaall.net) 설립이 그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흐름과 평행하게 오픈 소스와 오픈 디자인에 있어 그 소스와 디자인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그럼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대두된다. 그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램 작성 능력을 보통 교육으로 길러 내려는 이른바 코딩 교육이 미국(code.org, codecademy.com), 영국(yearofcode.org.uk, codeclub.org.uk), 그리고 한국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창조 경제”를 육성하려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예를 들어, “정부, SW과목 2018년 고교 정규 과목화 추진.” 연합뉴스, 2014.01.15). 또, 미국에서 메이크 잡지의 창간자이자 메이커페어(제작 문화 축제)의 창립자인 도허티(Dale Dougherty)가 제작 교육 프로그램(MENTOR program)을 위해 2011년에 군사연구기관인 다르파(DARPA)로부터 천만 달러(약 1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군사적 기금의 출처 문제지만(Altman 2012), 그 기금의 쓰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금으로 이제 실행이 가능해진 멘토르 프로그램은 메이커스페이스를 각 학교 안에 만들고, 고등학생들을 위해 “메이킹”의 협력적 실천을 가르치고 새로운 설계 도구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연치 않게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이러한 코딩에 대한 교육, 제작에 대한 교육은, 두루 좋은 의미와 의의가 있겠지만, 이제 기름땀 묻어나는 칙칙한 공장이 아니라 친근한 사회적 공장에서 놀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제조 노동자를 길러내는 교육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제작 문화가 엄청난 기금과 지원을 불러 들이며 주류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세간의 주목을 받을 정도가 된 것은 무엇보다도 이것이 침체를 극복하고 성장을 약속하는 새로운 경제 정책과 담론의 유행을 탄 덕이다. 우리 모두의 위기를 구원해 줄 것만 같은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찬 새로운 경제 범주로 던져진 “사회적 경제”나 “공유 경제” 혹은 “창조 경제”의 이름으로, 그런 차원에서 마침 유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청년 창업,” “마을 만들기,” “협동조합”과 순조롭게 결합되면서, 손수 만들어보는 취미나 기술놀이의 하위문화인 디지털 제작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문화되고 특화된 활동으로 과잉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오픈소스와 아웃소싱의 결합에 따라 생산이 경제에서 문화로, 노동시간이 아닌 여가시간 속에서, 제조 노동이 제작 문화로 재배치되면서 오늘날의 고용없는 생산, 생산하지 않는 경제를 또 하나의 ‘문화’로 지탱해 가보려는 구도가 잡히고 있다.

 

제작의 놀이노동과 전선의 확대

이와 같이 제작 문화는 오늘의 현실에서 노동이 어떻게 재구조화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최근의 한 양상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것의 또 다른 뿌리는 놀이, 특히 기술놀이로서 해킹이고, 그것은 제작을 보다 역동적인 문화로 만들고 있다. 제작이 그저 손수 물건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술놀이 하위문화로, 바로 그 수준에서 혁신과 창조의 경제로 가치가 부여될 수도 있겠지만, 기술놀이로서 해킹 자체가 지금껏 예증해 왔듯이 경계와 장벽을 뛰어넘어 기존의 시스템(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부엌, 실험실, 교실, 문화, 사회의 코드, 법제, 규범)을 변경하는 위반의 기술정치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창조적 전유와 이용의 기술놀이는 새로운 것의 창조만 낳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서라도 기존의 것을 뛰어 넘는 위반의 난장을 동반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디지털 파일에 대해 대량의 이용자가 복사하기, 자르기, 붙이기, 굽기를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정보사회의 한 내전 – 모든 이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저작권법 강화와 정보 자유 문화의 격돌은 제작 문화를 필두로 해 물질 영역으로 그 전선이 확대될 것이 뻔하다. 한 손에 3차원 스캐너를 들고 제작소 책상에 인쇄기를 올려둔, 그저 자기가 좋아서 혹은 개인적 필요에 따라 여러 물건을 손수 만들어 보려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적 재산권 소유자의 눈으로 보자면 위조품, 모조품, 이른바 짝퉁을 만드는 작업에 대거 가세하는 일이다. 디지털 정보(상품)를 둘러싼 닫힘과 열림, 소유와 공유, 통제와 자유, 규율과 자율성의 경계를 새롭게 설정한 최근 수십 년 간의 지난한 전투가 디지털로 네트워크된 정보로 증강된 사물에 대해서도 곧 펼쳐질 태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노동의 문제로 돌아가, 경계의 재설정이 정보 재화에서 물질적 재화 전반으로 확대될 때, 해킹의 위반의 정치를 노동의 생산의 정치로 확장하여, 한편으로 지금껏 가려져 온 생산과정을 가시화하는 것으로, 다른 한편 그럼으로써 지금껏 기계의 부품으로 파편화되고 소외된 육체노동을 정신노동과 재통합하며 노동의 개념과 관행을 다시 만들어내는(remake) 것으로, 아예 우리의 세계를 다르게 만들어내는(unmake) 데까지 제작 문화가 밀어붙여질 수는 없을까? 사실상 제작 문화는 아직 주변적인 하위문화에 그치고 제작의 노동의 측면은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비록 미약할지라도 제작 문화가 가진 힘은 기계화와 자동화 이후 육체노동에 대한 격하를 바로잡고 정신노동(정보노동, 지식노동)의 자본주의적 재편에 맞설 수 있는 육체와 정신의 탈분화된 노동을 재발명할 수 있는 잠재력에서 찾아야 한다. 손수 직접 해보는 실천적 제작 행위 속에 전인적인 노동을 재개념화할 수 있는 싹이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미 “창조 경제”나 “사회적 경제”의 맥락에서 제작 문화의 놀이노동이 잘도 소환되고 있듯이, 혁신과 창조의 사회적 외주화로서 정보노동·지식노동도 소외되고 파편화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창조 경제”나 “사회적 경제”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자본주의를 구원할 “3차 산업혁명”이 될 지, 자본주의 체계에 의존하지 않은 채 생계 수단의 자급을 꾀하는 풀뿌리 기술 문화 운동이 될 지가 판가름 날 때까지 제작 문화는 정보사회 내전의 새로운 격전지를 넓히고 또 넓힐 것이다. 당신은,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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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ylor, Paul A. 1999. Hackers: crime in the digital sublime. Routledge.

 

도시공간의 유쾌한 전유를 위한 제작

1.

제작이라는 행위는 몸과 감각, 주변의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자극한다. 정형화된 도시에서의 생활과 삶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면 그것을 쉽게 균열 낼 수 있는 활동은 필요에 의해 스스로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고 그것을 함께할 수 있는 동료와 장소, 사건들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하고 싶다.

 

2.

최근에 참여한 농성장에서의 짧은 활동 경험은 도시와 공간 그리고 제작이라는 연결 지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농성장 프로젝트는 “농성장을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접속하는 행위들과 사유들이 연결되는 공간”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농성장이라는 공간을 고민한 활동가의 제안으로 생활에서 만들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현재까지 농성장과 결합한 다양한 제작 활동들이 연결 및 계획되고 있다. 특히 대한문 쌍용 자동차 농성장에서의 몇 가지 제작 경험은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지난 2월 서울시 중구청은 화재로 인해 소실된 대한문 농성장을 기습 철거하기 위해 거리에 급하게 꽃이 장식된 대형 화분을 두었다. 보기에는 꽃이지만 이것은 접근을 금지하는 바리게이트, 제복의 경찰을 대체하고 대리하는 부드러운 금지의 표상이다.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화분을 활용한 모두를 위한 ‘농성정원’계획이 추진되었다. 화분을 매개로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고, 뜨개와 직조 등을 통해 거리정원 또는 시위정원을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계획과 행동이 이어졌다. 그러나 중구청과 경찰은 농성정원에 있는 다양한 제작물 훼손과 압수에 이어 인도위에 어울리지 않은 어색한 화단을 설치하기에 이른다. 연대의 에너지로 생성된 거리의 작은 제작물들은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사물과 표상이 되었다. 지금 대한문 앞에는 노숙 투쟁과 함께 경찰의 보호아래 안전한 화단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간이 농성장은 언제 또 강제 집행될지 모른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거리에 세워진 농성장과 다양한 사물이라는 표상을 둘러싸고 권력과 저항력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부딪히며 새롭게 공간을 생성해 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장에서 하나의 사물과 제작물은 서로 첨예하게 정치적 표상이 되어간다.

 

3.

여기에서 우리는 공간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가 공간을 사용하고 공간의 정의라는 것이 무엇을 통해서 표상이 되고 정당화되고 있는지 말이다. 앞서 언급한 중구청 화단 설치는 무엇이 공공 공간의 합법적 사용을 구성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시 조경의 모습으로 어색하게 인도에 자리를 잡고 있는 기괴한 화단은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와 연대의 사물들을 배제해야 지속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개념을 반영한다. 이렇게 드러나지 않는 그들만의 도시를 위한 다양한 알리바이는 공간의 정의를 왜곡하고 다양한 사물들은 이 알리바이를 위해 존재하고 쓰인다.

4.

도시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공간을 생성하는 것은 점차 어려운 일이고, 도시에서는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에 개인이 개입한다는 것은 또한 어려운 과제이고 실천이다.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 좋은 가치와 개념들이 포장된 도시의 공공의 이벤트들을 보면서 그것에 새롭게 저항하고 전유하는 함께 하는 사물의 제작과 액션을 상상해 본다. 도시와 공간은 물리적 속성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속성도 갖는다. 그래서 공간에 개입한다는 것은 현실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과 현실 개입을 위한 행위를 위해 제작과 사물의 연결을 상상해 본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개발되고 변화하고 있는 도시의 속도 지연을 위해…

5.

도시를 전유하는 발화 방식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도시의 전유를 위한 제작 액션으로 두 가지 사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뜨개질 행동’과 ‘게릴라가드닝’이다. 게릴라 뜨개질로 알려진 얀바밍 (yarn bombing)은 허가 없이 거리의 공공공간이나 시설물, 사물에 실을 떠서 씌우는 일이다. 작은 기술을 가진 개인 또는 그룹이 집단으로 움직이며 삭막한 도시에 오아시스를 만들기도 하고, 사회의 의제에 대해 뜨개질로 참여 및 발언하기도 한다. “International Yarn Bombing Day”가 생길만큼 거리의 예술과 퍼포먼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만들자! 농성정원> 활동 이후 뜨개와 직조를 통한 사람들의 연결과 연대가 작게 실천되고 있음도 주목해서 볼 수 있다. 도시의 개발 방식이 밀어 내고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뜨개와 직조는 기존의 공간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실천이자 행동이다. 특히 평화로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함께 연결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도시의 전유를 위한 제작 액션으로 다른 하나는 ‘도심 정원 만들기’이다. 도시 속 환경 운동과 도심 정원을 위해 ‘공동체 정원 만들기’, ‘하룻밤 정원 만들기’, ‘게릴라 가드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도시텃밭이 유휴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계획 차원에서 확장되고 있다면, 하룻밤 정원 만들기, 게릴라 가드닝은 버려진 땅이나 공유지에 꽃과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꾼다는 점에서 저항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 또한 행정 주도의 도시텃밭이 지나치게 이벤트 적이고 인공적이라면 게릴라 가드닝은 친환경적인 도시를 위해 개인의 자율적 움직임으로 진행된다는 차이가 있다. 2004년 어느 영국 청년이 도시의 쓸모없는 땅에 꽃과 씨앗을 심고 남긴 웹사이트 기록이 알려지면서 도시의 게릴라 가드닝이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드닝을 통한 도시 정원은 다양한 연결과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문화적 실천이다. 최근 서울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게릴라 가드닝이 시도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의 관찰이었지만 수사적인 개념이 앞서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도시와 공간을 그리고 그곳에서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질문을 통해 사유하고 실천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자. 그곳에서 누가 말을 걸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고 또 연결 될 수 있는지?

개인휴대용 3차원 인쇄기(pp3dp)

(여기에도 있음: http://hack.jinbo.net/?p=447 )

이것은 정보공유연대 메일링 리스트에서 가져옴:

적어도 1년 보다 더 전에 3차원 인쇄기(3D printer)를 본 것 같은데, 그 사이 200만원 좀 안 되는 돈으로 개인휴대용 3차원 인쇄기(Personal Portable 3D Printer)를 살 수 있게 되었네요 – http://www.pp3dp.com

이렇게 되면 (이런 기술이 좀 더 세련되고 대중화되면서, 마치 소리바다나 냅스터와 같은 일들이 일반 제조 상품에도 적용된다면),

디지털 복제와 아날로그 복제(?)를 대체로 구별하며 만들어진 여러 개념틀이 바뀌게 될, 이미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상표, 영업비밀, 연구개발 노동, 디자인, 제조업의 기술/정보 유출, … 그리고 불법복제의 문제를 다시 봐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