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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간의 유쾌한 전유를 위한 제작

1.

제작이라는 행위는 몸과 감각, 주변의 보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자극한다. 정형화된 도시에서의 생활과 삶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면 그것을 쉽게 균열 낼 수 있는 활동은 필요에 의해 스스로 만들고 사용하는 것이고 그것을 함께할 수 있는 동료와 장소, 사건들을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하고 싶다.

 

2.

최근에 참여한 농성장에서의 짧은 활동 경험은 도시와 공간 그리고 제작이라는 연결 지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농성장 프로젝트는 “농성장을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접속하는 행위들과 사유들이 연결되는 공간”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농성장이라는 공간을 고민한 활동가의 제안으로 생활에서 만들기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현재까지 농성장과 결합한 다양한 제작 활동들이 연결 및 계획되고 있다. 특히 대한문 쌍용 자동차 농성장에서의 몇 가지 제작 경험은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지난 2월 서울시 중구청은 화재로 인해 소실된 대한문 농성장을 기습 철거하기 위해 거리에 급하게 꽃이 장식된 대형 화분을 두었다. 보기에는 꽃이지만 이것은 접근을 금지하는 바리게이트, 제복의 경찰을 대체하고 대리하는 부드러운 금지의 표상이다.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화분을 활용한 모두를 위한 ‘농성정원’계획이 추진되었다. 화분을 매개로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고, 뜨개와 직조 등을 통해 거리정원 또는 시위정원을 만들겠다는 시민들의 계획과 행동이 이어졌다. 그러나 중구청과 경찰은 농성정원에 있는 다양한 제작물 훼손과 압수에 이어 인도위에 어울리지 않은 어색한 화단을 설치하기에 이른다. 연대의 에너지로 생성된 거리의 작은 제작물들은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사물과 표상이 되었다. 지금 대한문 앞에는 노숙 투쟁과 함께 경찰의 보호아래 안전한 화단이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간이 농성장은 언제 또 강제 집행될지 모른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거리에 세워진 농성장과 다양한 사물이라는 표상을 둘러싸고 권력과 저항력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부딪히며 새롭게 공간을 생성해 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장에서 하나의 사물과 제작물은 서로 첨예하게 정치적 표상이 되어간다.

 

3.

여기에서 우리는 공간 정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누가 공간을 사용하고 공간의 정의라는 것이 무엇을 통해서 표상이 되고 정당화되고 있는지 말이다. 앞서 언급한 중구청 화단 설치는 무엇이 공공 공간의 합법적 사용을 구성하는지를 보여준다. 도시 조경의 모습으로 어색하게 인도에 자리를 잡고 있는 기괴한 화단은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와 연대의 사물들을 배제해야 지속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개념을 반영한다. 이렇게 드러나지 않는 그들만의 도시를 위한 다양한 알리바이는 공간의 정의를 왜곡하고 다양한 사물들은 이 알리바이를 위해 존재하고 쓰인다.

4.

도시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공간을 생성하는 것은 점차 어려운 일이고, 도시에서는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에 개인이 개입한다는 것은 또한 어려운 과제이고 실천이다.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 좋은 가치와 개념들이 포장된 도시의 공공의 이벤트들을 보면서 그것에 새롭게 저항하고 전유하는 함께 하는 사물의 제작과 액션을 상상해 본다. 도시와 공간은 물리적 속성만이 아니라 정치적인 속성도 갖는다. 그래서 공간에 개입한다는 것은 현실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과 현실 개입을 위한 행위를 위해 제작과 사물의 연결을 상상해 본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개발되고 변화하고 있는 도시의 속도 지연을 위해…

5.

도시를 전유하는 발화 방식은 매우 다양할 것이다. 도시의 전유를 위한 제작 액션으로 두 가지 사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뜨개질 행동’과 ‘게릴라가드닝’이다. 게릴라 뜨개질로 알려진 얀바밍 (yarn bombing)은 허가 없이 거리의 공공공간이나 시설물, 사물에 실을 떠서 씌우는 일이다. 작은 기술을 가진 개인 또는 그룹이 집단으로 움직이며 삭막한 도시에 오아시스를 만들기도 하고, 사회의 의제에 대해 뜨개질로 참여 및 발언하기도 한다. “International Yarn Bombing Day”가 생길만큼 거리의 예술과 퍼포먼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만들자! 농성정원> 활동 이후 뜨개와 직조를 통한 사람들의 연결과 연대가 작게 실천되고 있음도 주목해서 볼 수 있다. 도시의 개발 방식이 밀어 내고 새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뜨개와 직조는 기존의 공간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실천이자 행동이다. 특히 평화로운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함께 연결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도시의 전유를 위한 제작 액션으로 다른 하나는 ‘도심 정원 만들기’이다. 도시 속 환경 운동과 도심 정원을 위해 ‘공동체 정원 만들기’, ‘하룻밤 정원 만들기’, ‘게릴라 가드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도시텃밭이 유휴공간을 중심으로 도시 계획 차원에서 확장되고 있다면, 하룻밤 정원 만들기, 게릴라 가드닝은 버려진 땅이나 공유지에 꽃과 나무를 심고 텃밭을 가꾼다는 점에서 저항의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 또한 행정 주도의 도시텃밭이 지나치게 이벤트 적이고 인공적이라면 게릴라 가드닝은 친환경적인 도시를 위해 개인의 자율적 움직임으로 진행된다는 차이가 있다. 2004년 어느 영국 청년이 도시의 쓸모없는 땅에 꽃과 씨앗을 심고 남긴 웹사이트 기록이 알려지면서 도시의 게릴라 가드닝이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드닝을 통한 도시 정원은 다양한 연결과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문화적 실천이다. 최근 서울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게릴라 가드닝이 시도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의 관찰이었지만 수사적인 개념이 앞서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도시와 공간을 그리고 그곳에서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질문을 통해 사유하고 실천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자. 그곳에서 누가 말을 걸고 있는지? 나는 어떻게 연결되고 있고 또 연결 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