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놀이이자 노동

[공공 도큐멘트3](2014)에 실릴 원고 초안

 

제작 – 놀이이자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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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의 발전과 집단지성의 역동이 디지털 파일의 복제와 확산의 수준을 넘어 온갖 물건의 생산과 유통 영역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산업 사회를 구성하는 물질 영역의 제조를 도맡아 온 곳은 공장이었다. 그런데 그 공작 기계였던 컴퓨터 수치제어 천공기, 레이저 절삭기, 3차원 인쇄기가 하나둘씩 우리의 책상 위로 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아예 공장 자체가 보다 친근한 분위기로 단장한 해커스페이스, 메이커스페이스, 팹랩, 테크샵, 생활 공방의 모습으로 근린에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제작(製作, make)문화가 유행처럼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권총이 출력되고 짜장면이 다운로드되는 일이 생기거나 생길 수 있다. 우리가 현대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물건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가 예고된다. 이것은 그저 기술낙관론자들의 “3차 산업혁명”이 될 것인가? 혹 지긋지긋한 상품 소비를 지속하는 대신 생계 수단의 자급을 위한 풀뿌리 기술 문화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제작 문화가 부상하는 오늘의 맥락과 그 전개를 진단하기 위해 이 글은 제작의 두 뿌리인 놀이와 노동이 어떻게 재결합하고 있는지 추적해 보고자 한다.

 

놀이 – 디아이와이, 기술놀이, 해킹, 창조

수집, 수공예, 바느질, 목공, 조립, 요리, 원예, 농사와 같이 물리적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고치거나 가꾸거나 짓고 만드는 작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한 제작 문화의 전통이다. 이러한 제작 관행은 일이면서도 놀이와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제작은 생계 활동과 긴밀히 연관되어 노동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적 노동과는 다르게 “자신의 공간 속에서, 아무런 시간적 구획없이, 자신의 구상에 따라, 그리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서 행해”(노동의 개념: 201)진다. “모든 생활과 분리된 별도의 활동 범주”(이종영 2010: 201)로서 산업화된 사회의 공장 노동과는 다르게 제작은 생존과 생계의 필요에 따른 일이면서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활동으로서의 놀이, 여가, 취미와 뒤섞여 이루어진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고 누구나 어느 정도는 몸에 익히기 마련인 제작의 기예를 전문가에게 임일하고 살도록 된 산업 사회에서 제작은 특별한 일이 된다. 그러다 보니 제작은 흔히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가 강조되면서 “네 자신이 직접 해보라”는 뜻의 디아이와이(DIY, Do It Yourself)의 하위문화로 부상한다. 이는 195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물건을 고치고 새로 만드는 데 즐거움을 찾은 일군의 사람들의 문화로 시작되지만, 1970년대 펑크(punk) 문화와 결합해 사회 변화를 위한 하나의 실천적 행위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계와 국가의 지원을 거부하는 삶과 사회의 대안적 조직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Holtzman & Hughes & Meter 2007). 제작과 같은 놀이의 형식에 따른 생산 방식이 자본주의적 노동에 의거한 생산 양식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작은 놀이 중에서도 기술놀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사물과의 상호작용이 제작 행위의 중요한 계기를 이루는데, 이를 위해 우리가 어떤 것을 열고, 나누고, 자르고, 뚫고, 섞고, 깁고, 붙이고, 올리고, 내리는 일은 우리의 몸이나 도구를 매개로 한 기술이 연루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 놀이는 곧 기술놀이가 된다. 기술놀이는 기술의 각도에서 볼 때, 그것이 이용되는 방식이 놀이의 형태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술을 설계(design)한 측에서는 자신이 설계한 대로 기술이 이용되기를 바라지만, 이용자는 흔히 자신의 특정한 맥락이나 특별한 목적에 따라 기술적 인공물을 애초 설계된 방식과는 다르게 이용한다. 사실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은 어느 하나로 정해진 것이 없이 제각각일 수 있다(Oudshoorn & Pinch 2003: 1-2). 그 중에서도 기술의 설계시 주어진 기능에서 최대한 벗어나 그것을 가장 자유분방하게 이용하는 방식이 바로 놀이에서 나타난다. 기술놀이에서는 이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여지도 커진다. 놀이가 흔히 창의성이나 창조 행위와 연관되는만큼 기술놀이는 기술의 창조적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작은 놀이의 차원에서 기술의 창조적 전유와 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 문화에 대한 최근의 유행과 관심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이 창조적 전용이 낳는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 창조의 잠재력일 것이다.
제작이 기술놀이라고 할 때, 기술은 놀이의 대상이자 수단이며 과정이다. 그 기술은 오늘날 무엇보다도 컴퓨터라는 정보기술이 대표하고 매개한다. 컴퓨터 자체를 놓고 벌어진 기술놀이 역시 역사가 짧지 않다. 이는 적어도 1960년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정통 해커 공동체까지 거슬러 간다. 그들이 처음 컴퓨터 해킹이라는 말을 쓸 때 그것은 “어떤 건설적인 목표의 성취뿐만 아니라, 작업과정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즐거움을 가진 프로젝트나 그에 따른 결과물”(레비 1996: 22)을 뜻했다. 애초 해킹은 기술 자체에 대한 통달을 목적으로 한 기술놀이였다(조동원 2014). 놀이를 통한 기술의 통달과 전문적 지식은 새로운 기술의 혁신과 창조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기술의 자유분방한 이용과 위법적인 행위에 활용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해킹이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불법복제 해적질, 시스템·네트워크 침입, 해킹행동주의(hacktivism), 사이버테러나 사이버전쟁에 이르기까지 창조와 파괴의 양단을 오가는  역동적인 역사를 갖게 된 것도 예의 기술놀이의 양가성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찬사를 받든 부정적인 것으로 질타를 받든 컴퓨터 이용자의 기술놀이와 창조적 전용에 입각한 해킹은 지난 반세기 동안 문화와 산업과 체제를 갱신하고 혁신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대표적으로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FLOSS, Free/Libre/Open Source Software) 운동은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변경하며 개선할 수 있는 소스코드를 공개·공유하는 해킹의 관행을 확산시킨 것으로, 점차 기업이 통제하기 시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이용 방식에 대해 개발자-이용자 공동체 기반의 대안을, 더 나아가 비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토대를 둔 정보 생산물의 생산·유통·소비의 혁신을 지배적 시장 안까지 밀어붙여 왔다(조동원 2009). 이는 결국 리눅스, 오픈소스, 웹2.0, 소셜 미디어를 앞세워 기세를 잡으며 주류적 정보산업계에서도 성공한 사업모델로 자리잡았다. 소수 엘리트 컴퓨터 이용자 하위문화에서 시작된 정보 자유와 정보 공유의 해커윤리가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오늘날 가장 지배적인 정보기업의 핵심 경영 원리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껏 해킹이 주류 미디어와 컴퓨터 보안산업의 정보사회 스펙타클 연출에 따라 컴퓨터 기반 활동으로 축소되어 왔지만(Taylor 1999: ⅶ), 그것의 함의는 애초 이 용어의 발단에서 보듯 거의 모든 기술에 대한 이용자의 놀이에 적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실제로 해킹은 기술 일반에 대한 능동적 이용자의 기술놀이이자 창조적 전유로 확장되어 왔고, 이는 단적으로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용어 자체가 해킹이 소프트웨어나 가상공간에 머물지 않고 현실 공간의 특정한 장소에서 하드웨어나 물리적 실체에 대한 해킹으로 확장되었음을 잘 표현해 준다. 이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세워지지 시작했고(Maxigas 2012), 전지구적 네트워크인 해커스페이스의 허브 사이트(hackerspaces.org)에 등록된 것을 볼 때, 천 여개 이상의 해커스페이스가 세계 곳곳에 세워져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해킹은 명실공히 기술적 인공물로서 물건들이 만들어진 원리를 알아내어 개선하거나 변형시키고 더 나아가 그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활동으로서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해킹의 물질 영역으로의 확장은 무엇보다도 공개와 공유의 실천이 확장되기 때문에 중요하고 결정적이다.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변경하고 개선할 수 있는 소스코드의 공개·공유 관행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나 온갖 물건의 제조에 적용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최근의 제작 문화는 하드웨어 해킹과 함께 열린 설계(open design)의 흐름에 기반을 두고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제작이 오늘날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직접 해보기(DIY) 문화와 정보기술 해킹이 결합하며 온갖 사물의 제조 원리가 담긴 그것의 설계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접근에 그 핵심이 있다. 어떤 물건의 설계에 관한 정보, 말하자면 설계도를 자유롭게 검색, 복제, 이용, 수정, 재배포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이나 집단, 소규모 공동체 수준에 머물던 전통적인 제작 문화가 전지구적인 규모의 새로운 이용자 기술문화로, 이름하여 제작 문화로 확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냥 제작자 운동(maker movement), 제작 문화(make culture)라고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디지털 제작 혹은 디지털 제조(digital fabrication)이고, 정보·지식·노하우의 공개·공유의 해킹 관행의 기반 위에서 가능해진 문화적 역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오늘날 제작 문화는 물리적 재료이든 컴퓨터를 매개로 한 작업이든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 놀이에 뿌리를 두고 있고, 해킹이라는 기술놀이가 가져온 엄청난 혁신과 공개·공유의 오픈소스 이용 문화에 힘입어 열린 설계를 핵심으로 하는 디지털 제작의 대중 문화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노동 – 공작기계의 디지털 대중화, 놀이공장, 창조 경제

제작의 뿌리는 놀이뿐만 아니라 노동에도 있다.     제작이 놀이라고 했지만 그 행위 형태는 제조업 공장의 노동자가 매일같이 수행한 공작과 가공의 노동과 닮아 있다. 그것은 이전부터 공장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숙련의 형태로 지니고 있던 그러나 점차 자동화 기계에 빼앗긴, 자르고 뚫고 붙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해커스페이스만큼이나 제작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팹랩(FABLAB)은 말그대로 제조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을 뜻한다. 제작(製作, make)은 제품의 생산인 제조(製造, manufacturing, fabrication)와 크게 다르지 않고, 엇비슷한 행위가 공장 안에서는 노동이고 이제 해커스페이스나 팹랩과 같은 기술문화 공간에서는 놀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제작의 또 한 뿌리이자 행위 형태가 노동이라는 사실은 해커스페이스나 팹랩과 같은 작업장(workshop, techshop)에 구비되어 그 곳을 한 눈에 제작 공간이게끔 만드는 도구나 기계를 보면 분명해진다. 이들 제작수단은 모두 제조업 공장을 채우는 공작 기계(machine tools)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는 소재에 기하학적 성형을 가하면서 그에 원하는 모양과 크기를 부여하는 정밀한 제조 기계로서 보통 제재·절단기(sawing and cutting machines), 천공기(drilling machines), 연삭기(grinding machines), 선삭기 혹은 선반(turning machines, lathes), 제분기(milling machines) 등이 있다(Decker 2014).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 덕분에 이제 그 일부가 완성 제품의 소비자로 머물렀던 사람들의 작업장 탁상 위에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 기계를 수동으로 작동시켜 이뤄지던 성형 작업이 1950년대 초반 천공 테잎을 이용한 방식에 따라 최초로 자동화되고, 1960년대부터 수치제어(NC, Numerically Controlled)가 가능해지고 1980년대에 이르러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제어(CNC, Computer Numerically Controlled) 공작 기계가 등장함으로써 제조 공장의 디지털화가 본격화되었다. 1980년대 이래 공작기계의 디지털화는 이전의 수동적 공정에 비해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면서 서서히 공장들에 퍼져 나갔다(Decker 2014). 공작 기계의 디지털 자동화는 무엇보다도 숙련된 노동의 제거를 의미했다. 노동자의 숙련은 그 체화된 지식이 추상화·객관화되어 공작 기계의 운동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로 이전되면서, 디지털 제조에서 인간이 담당하는 역할은 이제 컴퓨터로 제품을 설계(디자인)하는 작업에 국한되었다.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에 따라 제조 공정이 숙련 노동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노동 비용을 절감하고 노동 통제를 용이하게 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 사실상 디지털화는 그것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디지털화는 더 나아가 그것의 대중화로도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소비자 혹은 이용자가 컴퓨터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설계할 수 있고 디지털로 자동화된 기계가 “다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제 그 기계들을 고비용의 숙련된 노동자에 작업을 일임하며 공장 안에 가둬둘 필요가 없다. 제조 공정 자체에 숙련된 노동자의 정교한 손길이 필요없게 되자 일부 컴퓨터 수치제어 기계가 탁상 크기로 축소되고, 중산층 소비자가 구매할 정도의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30여 년 전 컴퓨터가 그랬듯이, 제조 공장의 육중한 공작 기계들이 “이용자친화적인” 탁상용 제조 기계로 탈바꿈해 근린 제작소의 호기심 많은 제작자의 놀이 수단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해커스페이스나 팹랩의 제작 공간은 탁상용 컴퓨터 수치제어 공작기계를 비롯해 종이, 목재, 플라스틱, 아크릴, 가죽, 왁스, 알루미늄 등의 재료를 성형하기 위한 복사하기, 자르기, 붙이기, 굽기를 가능하도록 해주는 스캐너, 절삭기, 절단기, 인쇄기 등의 제작수단이 구비될 수 있었다. 레이저 절단기(laser cutters)의 경우, 이전의 수동 공작 기계보다 (그 정교한 작동을 위한 노동자의 숙련을 필요없게 하면서도) 더 정교한 절삭과 천공(cutting and drilling)을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탁상용 레이저 절단기는 얇은 목재, 플라스틱, 판지를 절단하는 아직은 단순한 작업을 위한 것이지만, 시장이 확대되고 더 저렴해지면 탁상 제조 기계의 기능이 신속히 향상되며 공장에 구비된 수준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인데, 이미 창업과 영리 사업을 추구하는 팹랩이나 메이커스페이스는 산업적 규모의 공작 기계를 구비해 놓고 있다(Decker 2014). 신산업혁명을 부르짖는 앤더슨(2013: 49)이 말한 대로 “클릭 한 번 하는 거리에 내가 원하는 것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이 세워지는 셈이다. 제작 문화를 표상하는 또 하나의 제작 수단으로 3차원 인쇄기 역시 디지털 공작 기계의 하나로 등장한 기술이다. 대부분의 공작 기계가 절삭 가공(subtractive manufacturing)의 방식인 데 비해 이것은 새로운 층을 켜켜이 쌓는 첨삭 가공 혹은 적층 가공(additive manufacturing)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1990년대 이래 주로 시제품 제작을 위해 금속분말에 레이저를 쏘거나 플라스틱을 녹여 단면을 직접 인쇄하는 식의 여러 가지 3차원 인쇄 기술이 나타났고(홍일선 2013), 점차 완성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술로 발전했다. 최근에 이르러 탁상용 3차원 인쇄기가 만들어지면서 대중 시장이 열리고, 더 나아가 3차원 인쇄기의 제조 자체가 오픈소스로 가능한 상태에 이르면서(reprap.org), 이 역시 제작 공간의 주요 공작 수단으로 등록된 것이다.
이와 같은 디지털 제조의 대중화 현상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사양산업으로 간주되는 제조업을 되살릴 수 있다는 낙관론을 불러 일으킬 정도에 이르고 있다. 대중 소비시장을 겨냥해 탁상용 3차원 인쇄기를 제조 판매하는 메이커봇의 사장이 한 말이기는 하지만, 3차원 인쇄로 1인 제조업이 가능해질 것이고 “실업 상태의 노동자가 자기고용된 제작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Söderberg 2012 참조). 또, 수백만 제작자들이 각 개인의 창의력에 기초해 온갖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저노동 비용 국가로 생산을 외주화한 기업의 유인을 감소시키면서 선진국의 제조업이 다시 부양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Söderberg 2013 참조).
당연하게도 3차원 인쇄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비용 절감의 차원이 크다. 이 기술 자체가 재료 덩어리를 자르거나 깎는 방식과 비교해 필요한 부분만 쌓으며 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앞서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의 목적이자 결과로 언급했던 것처럼 자르고 깎는 과정에 요구되는 숙련된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므로 노동 비용의 절감 효과가 상당히 큰 것이다. 3차원 인쇄가 치아, 의족 등 개인 맞춤형 제품 제조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도 소량으로 다품종을 추가 비용 없이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차원 스캐너를 이용하면 제품의 제조를 위한 디자인 작업도 더없이 쉽고 저렴해질 수 있다. 그에 더해 공작 기계가 제조 공장에서 나오고 소비자가 생산에 참여하며 노동을 대신하게 되면 그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단적으로 아마존닷컴은 완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인쇄할 수 있는 3차원 인쇄기와 필라멘트 그리고 3차원 디자인 파일을 팔기 시작하면서 그 실험에 앞장 섰다(amazon.com – Additive Manufacturing Products). 내부 노동 비용의 절감을 위한 이러한 시도는 아예 생산(제조)의 노동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예시해 주고 있다. 가정용 3차원 인쇄기와 같이 대중화된 생산수단이 기존의 제조 노동을 고용된 관계에서 자유롭게(즉 공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조업이 다시 이동할 가능성은 불분명한 반면, 3차원 인쇄기와 같이 제조업의 생산수단이 공장에서 생활 세계로 옮겨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저임금 노동력으로 제조업을 떠맡아 온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조 생산의 귀환을 순진하게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노동의 전가를 통해 저임금에 대해 무임금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설 때 가능한 것이다(홍일선 2013: 29). 그것은 제조 노동력의 공급을 지리적 국경을 넘는 차원이 아니라 노동의 경계를 넘어 노동이 아니었던 인간 활동에서 구하려는 시도라고 할 만하다. 다시 말해 자기고용된 제작자라거나 무임금의 노동력이라는 것은 곧 노동의 사회적 전가라고 할 수 있고, 제작 문화의 경우 그것은 노동의 놀이화로 볼 수 있다. 공작 기계의 디지털화 및 대중화와 함께 이전에는 공장 안에서 이루어진 제조 노동이 생활문화 공간에서의 제작 행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 노동이 놀이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그런데 노동의 놀이화는 사실상 놀이의 노동화를 뜻한다. 노동을 놀이처럼 하게 된다면 여가 시간의 놀이도 노동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노동을 부리거나 놀이 판을 깔아 무언가 챙기려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노동이 놀이로 연장되는 방향의 노동과 놀이의 탈분화는 애초의 노동도, 노동이 아니었던 놀이도 그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지 않은 채 그 가치를 포획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해커스페이스나 팹랩과 같은 디지털 제작 공간은 오픈 소스(open source)로 활기찬 기술 놀이터이면서 점차 제조 노동이 외주화된(out sourcing) “사회적 공장”이 되고 있다. 디지털 노동력은 군중 외주화(crowd sourcing)로 수급하고, 자금은 소셜 기금(social funding)으로 조성하여, 새로운 프로젝트가 개시되기를 수 차례 거듭하며 될성싶은 사업모델로 창업하고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가)을 기다리는 식의 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늘 신성장동력을 찾아 헤매는 각국 정부가 전폭적이지만 관료적인 지원 사업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경우 상해 정부가 2010년 상해에 세워진 중국의 첫 해커스페이스에 자극 받아 추진한 혁신실(创新屋, innovation houses)이 설치되고 있고(Lindtner & Li 2012), 일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고(浜田忠久 2014), 그리고 한국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가 사업을 펼치고 있는 무한상상실(ideaall.net) 설립이 그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흐름과 평행하게 오픈 소스와 오픈 디자인에 있어 그 소스와 디자인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 그럼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대두된다. 그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램 작성 능력을 보통 교육으로 길러 내려는 이른바 코딩 교육이 미국(code.org, codecademy.com), 영국(yearofcode.org.uk, codeclub.org.uk), 그리고 한국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창조 경제”를 육성하려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예를 들어, “정부, SW과목 2018년 고교 정규 과목화 추진.” 연합뉴스, 2014.01.15). 또, 미국에서 메이크 잡지의 창간자이자 메이커페어(제작 문화 축제)의 창립자인 도허티(Dale Dougherty)가 제작 교육 프로그램(MENTOR program)을 위해 2011년에 군사연구기관인 다르파(DARPA)로부터 천만 달러(약 1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이를 둘러싼 주요 쟁점은 군사적 기금의 출처 문제지만(Altman 2012), 그 기금의 쓰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금으로 이제 실행이 가능해진 멘토르 프로그램은 메이커스페이스를 각 학교 안에 만들고, 고등학생들을 위해 “메이킹”의 협력적 실천을 가르치고 새로운 설계 도구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연치 않게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 이러한 코딩에 대한 교육, 제작에 대한 교육은, 두루 좋은 의미와 의의가 있겠지만, 이제 기름땀 묻어나는 칙칙한 공장이 아니라 친근한 사회적 공장에서 놀면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제조 노동자를 길러내는 교육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제작 문화가 엄청난 기금과 지원을 불러 들이며 주류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세간의 주목을 받을 정도가 된 것은 무엇보다도 이것이 침체를 극복하고 성장을 약속하는 새로운 경제 정책과 담론의 유행을 탄 덕이다. 우리 모두의 위기를 구원해 줄 것만 같은 기대와 호기심에 가득찬 새로운 경제 범주로 던져진 “사회적 경제”나 “공유 경제” 혹은 “창조 경제”의 이름으로, 그런 차원에서 마침 유행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청년 창업,” “마을 만들기,” “협동조합”과 순조롭게 결합되면서, 손수 만들어보는 취미나 기술놀이의 하위문화인 디지털 제작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문화되고 특화된 활동으로 과잉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오픈소스와 아웃소싱의 결합에 따라 생산이 경제에서 문화로, 노동시간이 아닌 여가시간 속에서, 제조 노동이 제작 문화로 재배치되면서 오늘날의 고용없는 생산, 생산하지 않는 경제를 또 하나의 ‘문화’로 지탱해 가보려는 구도가 잡히고 있다.

 

제작의 놀이노동과 전선의 확대

이와 같이 제작 문화는 오늘의 현실에서 노동이 어떻게 재구조화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최근의 한 양상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그것의 또 다른 뿌리는 놀이, 특히 기술놀이로서 해킹이고, 그것은 제작을 보다 역동적인 문화로 만들고 있다. 제작이 그저 손수 물건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술놀이 하위문화로, 바로 그 수준에서 혁신과 창조의 경제로 가치가 부여될 수도 있겠지만, 기술놀이로서 해킹 자체가 지금껏 예증해 왔듯이 경계와 장벽을 뛰어넘어 기존의 시스템(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더 나아가 부엌, 실험실, 교실, 문화, 사회의 코드, 법제, 규범)을 변경하는 위반의 기술정치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창조적 전유와 이용의 기술놀이는 새로운 것의 창조만 낳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해서라도 기존의 것을 뛰어 넘는 위반의 난장을 동반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디지털 파일에 대해 대량의 이용자가 복사하기, 자르기, 붙이기, 굽기를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정보사회의 한 내전 – 모든 이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저작권법 강화와 정보 자유 문화의 격돌은 제작 문화를 필두로 해 물질 영역으로 그 전선이 확대될 것이 뻔하다. 한 손에 3차원 스캐너를 들고 제작소 책상에 인쇄기를 올려둔, 그저 자기가 좋아서 혹은 개인적 필요에 따라 여러 물건을 손수 만들어 보려는 수많은 사람들은 지적 재산권 소유자의 눈으로 보자면 위조품, 모조품, 이른바 짝퉁을 만드는 작업에 대거 가세하는 일이다. 디지털 정보(상품)를 둘러싼 닫힘과 열림, 소유와 공유, 통제와 자유, 규율과 자율성의 경계를 새롭게 설정한 최근 수십 년 간의 지난한 전투가 디지털로 네트워크된 정보로 증강된 사물에 대해서도 곧 펼쳐질 태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노동의 문제로 돌아가, 경계의 재설정이 정보 재화에서 물질적 재화 전반으로 확대될 때, 해킹의 위반의 정치를 노동의 생산의 정치로 확장하여, 한편으로 지금껏 가려져 온 생산과정을 가시화하는 것으로, 다른 한편 그럼으로써 지금껏 기계의 부품으로 파편화되고 소외된 육체노동을 정신노동과 재통합하며 노동의 개념과 관행을 다시 만들어내는(remake) 것으로, 아예 우리의 세계를 다르게 만들어내는(unmake) 데까지 제작 문화가 밀어붙여질 수는 없을까? 사실상 제작 문화는 아직 주변적인 하위문화에 그치고 제작의 노동의 측면은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비록 미약할지라도 제작 문화가 가진 힘은 기계화와 자동화 이후 육체노동에 대한 격하를 바로잡고 정신노동(정보노동, 지식노동)의 자본주의적 재편에 맞설 수 있는 육체와 정신의 탈분화된 노동을 재발명할 수 있는 잠재력에서 찾아야 한다. 손수 직접 해보는 실천적 제작 행위 속에 전인적인 노동을 재개념화할 수 있는 싹이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미 “창조 경제”나 “사회적 경제”의 맥락에서 제작 문화의 놀이노동이 잘도 소환되고 있듯이, 혁신과 창조의 사회적 외주화로서 정보노동·지식노동도 소외되고 파편화되고 말 것이다.
이것이 “창조 경제”나 “사회적 경제”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자본주의를 구원할 “3차 산업혁명”이 될 지, 자본주의 체계에 의존하지 않은 채 생계 수단의 자급을 꾀하는 풀뿌리 기술 문화 운동이 될 지가 판가름 날 때까지 제작 문화는 정보사회 내전의 새로운 격전지를 넓히고 또 넓힐 것이다. 당신은,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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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Maker Culture in China – Hackerspace, Innovation and Labor

An Email Interview about Maker Culture in China – Hackerspace, Innovation and Labor

Interviewees: David Li, Silvia Lindtner
Interviewer: Dongwon Jo
Date: March 17 – 31, 2014
Publishing: 00 Document #3 (in Korean) in print.

Introduction

Dongwon: I am very glad to interview both of you. First of all, please introduce yourself and briefly your personal history to be a maker and/or researcher about it. What made you get interested and involved in  maker culture?

David: I am originally from Taiwan and went to the states to study computer science after high school. After spending a decade in internet industries in the US, I moved to Shanghai in 2003. With a group of people hanging out in then co-working space XinDanWei who share the same interests in building stuffs based on open source hardware and Arduino, we started XinCheJian, the first hackerspace in China in 2010. 

Silvia: I am currently a researcher at Fudan University and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and will start as an assistant professor in the School of Information at the University of Michigan in the fall 2014. I first came to China in 2007 at the end of my first year in graduate school for a research project on online gaming in China. It was a fascinating  project, where we set out to explore “internet use,” and much of what we found was about “hacking”: passionate young gamers writing software code and setting up their own game servers. It was then when I decided that I wanted to come back to China for my dissertation research and started learning Chinese. After language programs over the subsequent summers I returned in 2010 for my dissertation research. My goal was to research more specifically, where in China technology production and design was happening, in particular outside large corporations. And so I came across an eclectic group of artists, designers, entrepreneurs and bloggers, who had gathered around the coworking space Xindanwei in Shanghai. During my research with them, a sub-community formed around David Li, Min Lin Hsieh and Ricky Ng-Adam, who were particularly interested in maker culture, DIY and open hardware. What began as a series of discussions at the coworking spaces, informal dinner conversations, and presentations, evolved after only several weeks into China’s first hackerspace: XinCheJian 新车间 (lit. new workshop or new factory) as a room in the coworking space. I have since worked with China’s expanding maker scene, studying its birth and proliferation all the way to intersections with manufacturing and mass production in Shenzhen, Guangdong. Many of the  makers have become close collaborators, David Li in particular – we collaborate on research, conference organization, workshops, and writing. With a background in design from college, making questions of design, materiality and production central to my ethnographic research was always of interest to me – and so studying China’s emerging maker culture was the perfect opportunity to explore intersections between anthropology and design.

Dongwon: Can you talk a little bit more about XinCheJian(新车间) in Shanghai as the first hackerspace in China? I am curious about how co-founders and members met for the first time and decided to establish it, with what kind of difficulties and issues. Particularly as a physical place, there may be a number of issues in relation to its location, naming, visitors, neighbors, rental fee, maintenance, etcs..

David: Three year in XinCheJian, we have met a lot of interesting people. Being in Shanghai and the first hackerspace in China.
Xinchejian is membership base hackerspace. We charge RMB 100 a month for the membership. Currently, we have about 200 active members. The member profiles are pretty diverse including engineers, programmers, designers and artists.
One of the most memorable members for me is Ziyun Peng. Her story has been profiled in WSJ: “In China, Lessons of a ‘Hackerspace’ – Do-it-yourself hubs are giving a boost to tinkerers and inventors” (By Emily Parker, Oct. 4, 2013).

Silvia: See my comments above. and for more details on the birth and history of XinCheJian, i refer you to my prior publications:

  • Lindtner, Silvia. 2012. Cultivating Creative China: Making and Remaking Cities, Citizens, Work, and Innovation. Phd Diss.,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 Lindtner, Silvia. 2014. Hackerspaces and IoT in China: How China’s DIY Makers remake Industrial Production, Innovation & the Self, Journal of China Information, Special Issue on “Political Contestation in Chinese Digital Spaces” (ed. Guobin Yang).

Dongwon: Can you provide us with some general information about hackerspaces in China? How many, where, when, and who … etc.

Silvia: Hackerspaces have been on the rise in China, there is roughly about 20-25 maker /hacker – type spaces in china today. this includes maker spaces, hackerspaces, libraries that set up maker labs for education, children’s makerspaces funded by the Chinese government as so called innovation houses. This development is in line with the global hackerspace movement with more than 1000 spaces worldwide (List of Hacker Spaces at hackerspaces.org), there is many different manifestations embedded in particular cultural, economic and social contexts. Hackerspaces in China attract a diverse crowd: from young college students from China over people who return to China after years of studying or working abroad to expatriates who live and work in China. They tend to be an eclectic group of people spanning disciplines and fields such as engineering, design, arts, software development, writing, research, and many more.

Dongwon: A typical hackerspace is equipped with laser cutters, 3-D printers, microcontroller kits, and so on. I am curious of any unique means of making or particular products created in XinCheJian (新车间) in addition to those? Furthermore, is there any special facilities, equipments, or artifacts we see only in hackerspaces in China?

David: We have most of the typical machines for hackerspace: 3D printer, laser cutter, drill beds and etc. As XinCheJian is more about the fun of making then making of products, we have more installation projects then products.
Because it’s still easy accessing to equipment in the neighborhood shops, it’s the short of equipments in the hackerspace that marks the characteristics of makerspaces in China. 

Silvia: China’s hackerspaces are in a unique position: they are interfacing with a history and culture of making, making do, DIY and repair. Think of the many repair workshops in China’s markets and on its streets, of the electronic malls filled with components from the smallest to the largest imaginable size, and finally think of China’s vast manufacturing ecosystem. This is making at scale at people’s fingertips. Consequently, China and in particular the South of China, Shenzhen, has also emerged as a new hub in hardware innovation, attracting maker-type start-ups that come out of hackerspaces to produce their products as well as hardware incubators such as HAXLR8R and Highway1 that fund these start-ups. So while the equipment in China’s hackerspacs is in many ways similar to hackerspaces elsewhere, hackerspace members have also access to machines and tools of mass production.

History

Dongwon: I believe that one of traditions on which hackerspace and maker culture has been based is free, libre and open source software (FLOSS) movements in particular and hacker culture in general. Can you briefly teach us about how they have emerged and developed in China?

David: The open source software movement predate the Maker movement. After two decades, open source software has established itself as a worthy ecosystem that supported the Internet industries. Hardware in the embedded industries have always been kind of open source with components vendors publishing the reference boards but only when Arduino appeared to lower the barrier of entry to anyone with a EE degree, open source hardware starts to take off.
Most of the founders and core members of XinCheJian are expats living in Shanghai and have long experience with open source software. It was easy to attract us to open source hardware.
Open source software has shorter history in China starting around 2000 right after the opening up of Internet.

Silvia: In many ways china’s maker scene is rooted in earlier efforts in open source software but also movements and collectives that formed around ideas of internet freedom, open sharing, creativity, and social entrepreneurialism. When I began working with people in and around XIndanwei in 2010, i quickly learned that i had become of a collective of people who had known each other for many years and who considered themselves part of a like-minded group despite or perhaps even exactly because of their diverse interest. what they  had in common was that they interfaced with like-minded people who were active also outside of China, e.g people working at creative commons, journalists and bloggers, people in creative industry, etc. I’d say while FLOSS was definitely an interest for some of the people who are members of China’s maker scene today, this is not true for all of them. Rather, what brings many of them together is their interest in themes such as open-ness, creativity and individual freedom more broadly, with a particular focus on how these values could impact business development and entrepreneurialism in China.

Dongwon: In addition to a brief history of Chinese FLOSS movements and hacker culture, what have constituted the contemporary maker culture in China? Does it make sense that Shanzhai (山寨) is a sort of traditional maker culture? If it has influenced on the cultures of hackerspaces, in what ways?

David: Shanzhai can be said to be open source hardware with Chinese characteristics. The kind of collaborative and open innovation system have appeared in the early developing stage of all countries but in the name of “progress,” the more autonomous system didn’t get a chance to develop.
The Shanzhai has not influent the development of hackerspace and but the sharing nature of both have developed them to become very similar.

Silvia: Shanzhai is an informal and highly distributed network of factories, vendors, design solution houses, component builders, etc. They have gained strength and significant market shares in certain domains due to their highly agile manufacturing spirit. Within this social network culture, innovation is happening fast based on an open source spirit that is in many ways compatible to contemporary’s maker and open hardware movements. While maker culture on a global scale is motivated by certain countercultural ideals, shanzhai culture emerged out of an entrepreneurial spirit and innovation out of necessity. As more and more makers are turning their creative ideas into hardware products, enabled by crowd funding, many come to China and interface with shanzhai culture to mass produce their product ideas.

Cultural economy

Dongwon: It was announced that the Shanghai government might have built 100 hackerspace-like Chuangxin Wu (创新屋, innovation houses) supported by government funding (Lindtner, S., and D. Li. 2012. “Created in China: The Makings of China’s Hackerspace Community.” Interactions 19(6): 18). Did that mean hackerspaces could be established or financially managed by the local/central government? Are there any hackerspace established in that way now? Is XinCheJian (新车间) supported by the Shanghai government?

David: XinCheJian doesn’t receive support from Shanghai Government and is completely supported by its members via membership fee and workshop revenue. The Innovation House initiative is to build 100 community hackerspaces is a good initiative but they also have their own issues to resolve. We have been in conversation with Innovation House.

Silvia: What we were citing in our article, was the announcement of the Shanghai government to build 100 innovation houses. Some of these spaces have been built in the  meantime like a hackerspace for children in a northern district of Shanghai, teaching children and youth how to make things. Government funding also spreads into universities and libraries who have  begun set up maker labs in China. So in this sense you could say that maker-type efforts are supported by the government through funding and staff. XinCheJian is not directly supported by the government. It is an independent space, self-sustaining through membership fees. Some of its members do have connections do governments.

Dongwon: Please summarize debates or discussions about governmental funding and the top-down ways of hackerspace building and managing. What is the current situation there?

David: There are some government attempt to fund hackerspace: DoD in the US to fund hackerspace in high school, Shanghai government’s effort to support innovation house. I think the government recognize the potential of hackerspaces but will take time to figure out how to engage.

Silvia: There is debate in the maker scene on a global level about institutional or corporate funding. For instance, when Make magazine announced that they accepted funding from the military agency DARPA to support educational programs in US middle schools, there was much controversy around the topic – until today. While some believe that hackerspaces should be independent from  any type of institutional affiliations, others believe that the maker movement can be accelerated by makers establishing partnerships with big players. What we have seen over time is certainly a tendency of maker culture scaling up, and an increasing number of spaces accepting funding, partnering with institutions, as well as individual turning tinkering and prototype ideas into new business. I have called this elsewhere as a move from hacking to making: Lindtner, Silvia, Hertz, Garnet, and Dourish, Paul. 2014. Emerging Sites of HCI Innovation: Hackerspaces, Hardware Start-ups & Incubators, Prof. of ACM Conference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14 (Toronto, Canada).

Dongwon: The top-down ways of innovation-related initiatives as such have mostly been driven in the name of knowledge economy or creative industries secured by the so-calle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PR). Can the economy of Chuangxin Wu (创新屋, innovation houses) be compatible with the culture of hacking/making, and in what ways? How has the exclusive IPR, in other words, managed to co-exist the ethos of open source sharing or the free and open exchange of information and knowledge on which the hackerspaces in China may also be based?

David: We try to engage the IPR debate in term of “Open Innovation.” Eric von Hipple of MIT has done great job laying out why open innovation is the future. 

Silvia: This is a complicated issue, and something that warrants a more in-depth tackling than possible here. as governments around the world, venture capitalists and corporations have taken notice and begun invest in maker initiatives or spaces, the more interesting question to further explore is how this will impact the nature of hacking, making and DIY.  is making still DIY when focused on  mass production and end-consumer products? open source and IP has co-existed for a long time and will probably continue to do so. think about linux and other open source productions that have been merged into the software tools and PCs we use today. hardly any of our tools is void of impact of the earlier open source software community. again, the question is does this mean that open source is selling out when merged into commerce and into the “system,” or do we simple need another language to talk about open source projects that are clearly neither just counterculture nor just pro system.

Technical politics

Dongwon: When hackerspace rather than makerspace, fablab, etc. is used for naming, or branding if you like, your site for activities of (re)making, it seems to explicitly suggest both positive and negative connotation, since hacking, in a word, involves creation and destruction. Indeed, hacker culture is both interesting and important not only because it has created something new and flourished innovative developments as demonstrated by FLOSS movements, but also because it has had a capacity to disrupt or deconstruct established entities in the ways of by cracking, piracy or shanzhai (山寨), trolls, darknet and so on. Please tell me your opinions briefly about its ambivalent aspect, that is technical politics of hacker culture, and about how it has been transformed and turned out in the Chinese context.

David: The maker culture is about education people that it’s possible to build things ourselves. The availability of open knowledge (open source software, hardware) and access to the tools of productions (3D printers, laser cutter) have ignite people’s interest and imagination again in building stuffs.
Based on open innovation model, the Maker Movement is compatible with Shanzhai. Shanzhai was emerged from the necessity while Maker Movement came from philosophical reflection of our relationship to the goods and products.

Silvia: There is a broader move from hacking to making as i elaborate in more depth here: Lindtner et al. 2014. In china, when hackerspaces began spread and the first international maker events took place in 2012, China’s community of makers settled on the chinese term chuangke 创客 which literally translates into creative professional. the goal was to distinguish from terms such heike 黑客 used to connote the illegal forms of hacking.

Dongwon: If the hacker or hacking is perceived as both way in China as well, how do you embrace such ambivalence and dynamics in your activities? If Shanzhai (山寨) is a culture of that kind in China, how have you re-appropriated it to integrate into the scene of maker culture? In doing so, ain’t there any conflicts resulting from transgression of legally, technically, and culturally established boundaries?

David: Originated from different background but Shanzhai and Maker movement share and embrace open innovation model in their cores. There would be no need to re-appropriation needed to integration them.

Silvia: I am not sure I understand this question fully “ if the hacker or hacking is perceived as both way in china as well?” there is certainly ambivalences between those who follow more of a maker and those who follow a hacker approach – but these are mostly of ideological nature so far. for sure, as many makers are striving towards building a new industry, technical and legal questions will become more center stage. so far maker and shanzhai culture are very much aligned, both favoring an open innovation model.

Labor of worker and maker

Dongwon: It seems like that in China and beyond are there at least two young creators such as worker and maker in two factories: “new factory” represented by the hackerspace such as XinCheJian (新车间, meaning new workshop, or new factory); and (old) factory like the Foxconn’s where IT gadgets are manufactured. It also seems that both worker and maker can be connected in terms of IT-related labor for low-cost manufacturing/innov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the above-mentioned governmental initiatives.
Do you have any discursive and/or practical challenges not only to what innovation means in China (Lindtner & Li 2012) but also to what labor means in China and in the changing context of international and mental/manual division of labor? For example, forms of Labor of makers in the hackerspaces might contribute to remake the forms of labor that are fragmented and isolated in the (old) factory system especially in terms of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 and machine. To the contrary, makers might end up as another isolated form of labor, as the knowledge/innovative production has been also outsourced or crowdsourced to the civic sector in the name of citizen/user innovation or maker culture, which just costs less.

David: This is a subject worthy a longer discussion. The Maker Movement has re-ignite the interests in the making, building, and manufacturing. People around the world going to makerspace, paying membership to learn about using the production tools while the factories in Shenzhen now having problems recruiting new workers to do the same jobs. The maker movement is currently too small to make meaningful impact in the labor situation.

Silvia: This is an important topic that warrants more engagement. what has been largely overlooked in the hyped and overly euphoric tone that pervades much of the news and practices of making are questions of labor. many of the hardware start-ups that have come out of hackerspaces and maker type labs that i have encountered in my research work very very hard and are told by investors and creative industry/new economy scholars alike that taking risks and bootstrapping is the way to success. as starting-up a business rather than going to college is heralded as the new career path, start-ups might well be on track to become today’s workers. at the same, many makers share a fairly privileged background, either higher education, job security or family related. this is different from the workers on the factory floor, many of which still often make a bare minimum. Wages are supposedly increasing in China – one of the reasons why larger corporations turn towards other low-income markets. it is here where makers and manufacturers come together in envisioning an alternative future: manufacturing as a site of creative work and high skill labor. it yes to be seen if the maker movement indeed can have an impact on the labor market.

Dongwon: Is there, in that sense, any event, workshop, or learning program in the hackerspaces in China to connect makers with workers or to deal with labor issues there?

David: Not yet but we have seen some labors flow from large factories to open source hardware companies. For the same work, working for an open source hardware companies are much more fulfilling then in old system. There are more freedom and more learning.

Silvia: A great example here is Seeed Studio, a design and manufacturing house in Shenzhen that offers products and services to makers around the world. Seeed Studio has implemented an agile manufacturing process that not only helps maker types start-ups to innovate and move fast from idea to 1000+ batch production, but that also incorporates workers in the design and development process. Seeed could be a great model for more efforts in this space and an example of change in practice.

A makers’ Inquiry

Dongwon: When it comes to research on these creative (sub/infra)cultures, have you also developed any creative and critical research method(s)?

David: We are forming Hacked Matter as a research hub based in Shanghai to explore how to better bring the stakeholders of different systems to the table via an informal network of common interest.

Silvia: Together with David Li and Professor Anna Greenspan, I have set up a research hub based out of Shanghai that merges design methods, ethnography and theory. WE conduct hands-on workshops, public panel discussions, small to large-scale conferences, bringing together makers, scholars and industry partners. This interdisciplinary intersection allows not only for experimenting with new research methods (a study “with” people rather than solely “about” people for instance). Personally, with a background in design, I have merged in my own research design methods with ethnographic research. This means i conduct participant observations and interviews, but i also participate in the making of things, design processes, negotiations on the factory floor, the organization of maker related events, and co-authorship. more here: www.hackedmatter.com and here: www.silvialindtner.com

 

- – -

David Li is one of the founders of the hackerspace XinCheJian. He has worked in the areas of social networks, mobile systems, and virtual worlds. He received a B.S. in computer science from the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Silvia Lindtner is a post-doctoral researcher in the Department of Informatics at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and at the Cooperative Information and Systems Laboratory at Fudan University, Shanghai. Her research explores the relationship between DIY creativity, global maker culture, and contemporary political, social, and economic transformations in China.

Dongwon Jo is a founding member of the Chung-gaegguri Make center (fabcoop.org) in Seoul and a postdoctoral visiting Researcher at IT Convergence Policy Research Institute in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 Technology. His research interests include cultural studies and political economy of information technology and user.

Seun Sangga – hacker and maker street in Seoul, Korea

According to Wikipedia, Seun Sangga is:

a shopping area located between Jongno 3-ga and Toegyero 3-ga, Jongno-gu, Seoul. It was renovated in 1966, in what The Hankyoreh described in an editorial as "a symbol of the indiscriminate redevelopment that occurred during the dictatorship years"("Don't Repeat Mistake of 'Se'un Sangga'", The Hankyoreh, 2004-11-16).

Seun Sangga is picked up in this post for the translation of 세운상가 (世運商街) among others like "Sewoon Sangga, Seun Shopping Centre, Sewoon Shopping Centre, Seun Shopping Mall, Sewoon Shopping Mall, etc."(Wikipedia).

Above all, Seun Sangga is well known as a historical symbol of industrialization and modernization of Korea in terms of urban development projects in the late 1960s.

 

(ateliernamoo.com)

(seunsanga.wordpress.com)

 

But it is also a historical site for hacker and maker culture, since it has been an electronics market to selly and buy various consumer electronics including computers, computer parts, Videos, CDs, and many other electronic things, as well as magazines, LPs, and porn stuffs.

 

(wow.seoul.go.kr)

 

 

Its heyday was in the late 1970s and 1980s when small and middle IT manufacturers and early users such as hackers and makers had gathered, and developed both Korean IT industry and digital culture based on the sub-cultures of tinkering and making, hacking or reverse engineering, and open source sharing and collective authoring. Even if it was notoriously known as the kingdom of electronic piracy, and indeed exactly because of that, this vivid technoculture have been backrock of supporting IT industrial development.

(ccsk.co.kr)

 

This may be a kind of East Asian-specific historical tradition of IT industry and culture which forwards their own hacker/maker culture in this region, when considering Akihabara Electric Town (秋葉原電気街 Akihabara Denki Gai) in Tokyo, Japan, and Guang Hua Digital Plaza (光華商場 or 光華數位新天地) in Taipei, Taiwan.

 

(ccsk.co.kr)

 

Seun Sangga is still alive up to now in spite of several redevelopment projects. Not coincidentally, as the first fablab in Korea, FABLAB Seoul initiated by TIDE Institute is located exactly at this make cultural historical site.

 

 

[제작문화에 관한] 알렉스 갤러웨이 인터뷰

Alex Gallaway. 2012. “Alex Gallaway – interview by Garnet Hertz.” Garnet Hertz ed. Critical Making. CONVERSATIONS.

번역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만들자 마라톤을 위한 읽기꾸러미 (2013.11.01) http://apap.or.kr/making_marathon
기획: 만들자연구실 디렉터 최태윤, 공원도서관 디렉터 길예경
편집: 길예경, 최태윤
옮김: 김정은

<프로토콜>, <인터페이스 이펙트> 등의 저자이자 소프트웨어 아트 작업을 해온 알렉스 갤러웨이는 인터뷰를 통해 만들기 문화에 대한 비평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만들기 운동 안에는 창작을 욕망하는 개인들과 프로컨슈머(혹은 ‘만들 수밖에 없는 소비자‘)가 공존한다. 갤러웨이는 이같은 이중성과 오픈 소스를 표방한 신자유주의화를 양날의 검으로 표현하며 비평을 위한 개념적 장치를 제시한다.(최태윤)

 

알렉스 갤러웨이 인터뷰

인터뷰어: 가넷 허츠 Garnet Hertz
인터뷰 날짜: 2012 년 7 월 6 일.
편집: 제시카 카오 Jessica Kao
녹취. 가넷 허츠 Garnet Hertz, 알렉스 갤러웨이 Alex Gallaway, 아멜리아 귀마린 Amelia Guimarin

 

허츠: 당신이 보기에 ‘만들기운동’의 문제점은 무엇인 것 같습니까?

갤러웨이: 만들기운동의 장점은 무수히 많고, 그것에 대해 얘기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은 어느 정도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만들기운동은 길이가 굉장히 긴 어떤 문장, 즉 그로 인해 우리의 문화와 기술이 특정한 방식으로 달라졌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닌 어떤 유구한 흐름의 마지막 마침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더 큰 맥락에서의 변화는 현대 사회가一1970 년대 초반부터라고 해봅시다一변화해온 양상, 개인에게 진정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기 시작하고, 보다 폭넓은 의미에서 개인을 ‘만드는 자’로 변모시킨 사회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기반이 되는 것은 개인이 만들어내는 창작입니다. 자기 표현의 일환으로, 자기 식으로 보여주고, 직접 시연하며, 직접 홍보하는 창작물. 정서, 행동, 행위를 통한 생산품이죠. 우리 모두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만들고 있고, 많은 경제학자들처럼 우리 역시 이것을 새로운 생산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테드 Ted 강연의 폭발적인 확산, 요즘 비디오 게임의 디자인 방식, 심지어 문학계에 회고록이 넘쳐난다는 사실 사이에는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요? 이 모든 현상은 개인의 생산력을 증대하기 위해 힘쓰고 개인의 직접적인 표현 능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는, 보다 더 큰 사회적 현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면 조안 디디안Joan Didion(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 역주)과 디아블로3 를 같은 맥락으로 연결시킬 수 있겠죠. 어쩌면 이 문화에는 우리가 곧 씨름해야 할 새로운 유형의 나르시시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가령 페이스북은 일종의 나르시스적인 기계인 것이죠. 우리는 모두 무엇이건 만드는 자입니다. 따라서 만들기운동의 문제점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이 하나의 운동만으로 범위를 좁혀서는 안됩니다. 웹 2.0 과 같은 것들에 대해 보다 포괄적으로 생각을 넓혀야지요. 기본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만드는 자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만들기운동이 가령 약 100 년 전의 ‘자립가정’ 문화 같은 물질문화에서 보다 유행했던 수공예나 자급자족 트렌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시나요?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정말 부자 나라이지만 동시에 완전히 헐벗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빈곤하죠. 보다 진정성 있고 진지한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현재 일어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전환이 주기적으로 발생하지요. 직접 제 손으로 만들어보는 새로운 의미의 진정한 해커 정신도 이런 흐름에 따라 진입한 것입니다. 1980 년대에 펑크톡과 인디 펑크 레이블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생각해보세요. 그것 역시 유사한 종류의 본능이었습니다. 오늘날은 모두가 만드는 자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보편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집단성의 가능성을 충족하고 있는지는 잘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저는 DIY 문화의 일부분이ᅵ, 적어도 자급자족적이고 상업문화를 우회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약 100 년 전의 흐름과 일맥상통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메이크 MAKE> 지를 보면 보통 아두이노로 장치 만들기, LED 키고 끄기, 3D 프린터 사용하기 등을 주로 다릅니다. 어떤 면에서 이는 그저 다른 유형의 소비자를 위한 것 같아 보이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소위 ‘프로컨슈머 Pro-consumer’라는 개념에 흥미를 보입니다.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이기도 하고, 또 만들 수밖에 없는 소비자를 뜻하지요. 인터뷰어께서 잠깐 언급해주셨듯이, 이는 미국인의 삶이나 상업적인 측면에서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백 년 전만 해도 스티클리 Stickley 같은 가구디자이너는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조립하도록 했습니다. 가구 조립 공정을 소비자에게 아웃소싱한 셈이죠. 더 큰 맥락의 공예운동 역시 지금 말씀하신 DIY 문화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매우 미국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피에는 자립을 강조하는 에머슨 류의 신호 K 프로테스탄트적 윤리, 자본주의 정신 등이 흐르고 있습니다. “혼자 힘으로 우뚝 서서 자급자족해라’ 정신이랄까요. 저는 사실 그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저 역시 분명 자립이라는 개념에 매혹되고, 그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해할 수 있어요

 

맞습니다. 나탈리 제레미젠코 Natalie Jeremijenko 가 저에게 일깨워준 말이, 오픈소스 라이센스가 ‘비판적이고 의식 있다’라는 개념을 대체 혹은 대신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 여기 내가 만든 장치가 있고 내 도구가 있어. 이것은 오픈소스인데, 이 말인 즉슨 나는 문화를 비판적으로 향유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라고 말한다는 것이죠. 오픈소스 하드웨어 혹은 그것이 지난 몇 년 간 어떻게 발전해왔는가에 대해 해주실 말이 있나요?

오픈소스는 상당히 까다로운 주제입니다. 먼저 우리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분명 이 시대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구상에서 제일 덩치 큰 기업, 가령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을 완벽하게 자기 조직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사실상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가끔은 단순한 위협 정도가 아니라, 완벽하게 우위에 설 수도 있습니다. 아파치 서버 Apache server 가 서버 시장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가를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가령, 100% 자원봉사자들로만 이루어진 비상업적인 오픈소스 비행기 프로젝트가 보잉 사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말이 안되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산업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인터뷰어께서 하시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어떤 것에 오픈소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그것이 비판적이거나 진보적인, 혹은 정치적인 감수성을 지닌 프로젝트다라는 말은 아닙니다. 절대로요. 요즘 같은 시대에 우리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을 오픈소스화하고 싶어하는 자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지요. 누구일까요? 구글이 원하고 페이스북이 원합니다. 무엇인가를 공개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 모델과 방식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공개하는 것이 자신의 삶일 수도 있고, 사회적 네트워크일 수도 있고, 구글의 경우 아무도 손대지 않은 광대한 데이터의 보고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는 양날의 검입니다. 우리는 사례 하나하나를 보다 상세히 분석해야 합니다.

 

최근 오라일리 O’Reilly 와 <메이크>가 받은 DARPA(미국방성 소속 연구기관 – 역주) 기금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그리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IY 나 취미 관련 문화가 제도권의 큰 기관과 보조를 같이 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일까요? 혹은 이러한 움직임이 <메이크>의 초심에 어긋난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사실상 원래 그들이 계속 해오던 것과 같은 선상에 있는 걸까요?

저는 별로 놀랄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DARPA 는 운동 초기부터 자금을 지원했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어야 합니다. 동시에 저는 위선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오라일리가 발간하는 코드 관련 책들은 그야말로 업계 최고입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죠. 저 역시 낙타가 그려진 파란색 책을 보고 처음으로 펄 Perl 코드 짜는 법을 배웠고, TCP/IP가 무엇인지도 오라일리를 통해 알았습니다. 오라일리의 책은 독자를 오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하지만 DARPA 의 기금 건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심도 있는 질문은, 해킹의 정치학, 혹은 코더 Coder 의 정치학은 무엇인가 입니다. 그것이 훨씬 어려운 질문이고, 여기에는 절대 쉬운 답이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저는 솔직히 말해 해커들이 정치적으로 순진하거나 중립적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해커들은 대개의 경우 정치에 무관심합니다. 어나니머스 Anonymous 의 경우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지만 대다수의 해커들과 코더들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저 코드 짜는 일이 재미있어서 이 일을 합니다. 멋진 것을 만들고 싶어 할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정치적으로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성합니다. 사실 좌파 해커라고 해도 실상은 중도 자유주의자거나 좌파 자유지상주의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소수의 해커들만이 우리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진보좌파라고 부르는 자들이지요. 역사적으로一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략 지난 50 년 간一사이버네틱과 새로운 미디어의 부상이 기술만능주의 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이며 글로벌한 정부 시스템의 출현과 본질적으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프레드 터너 Fred Turner 를 위시해 여러 학자들이 수많은 글을 남겼습니다. 따라서 더 깊은 곳의 흐름을 살펴본다면 DARPA 와 오라일리 건은 그리 놀랍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DARPA, 그리고 DARPA 를 통해 <메이크>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계획 중 하나는 학교를 통해 해커스페이스 같은 공간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향후 몇 년 간 약 1000 개의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이더군요. 이것과 관련해, 대학 내 해커스페이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공간에 관여하신 적이 있는지요, 혹은 이런 종류의 공간이 대학에 설치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까다로운 질문이군요. 이에 대한 제 견해 역시 일반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사회에서 교회 다음으로 가장 보수적인 기관이 대학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전 그게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대학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대학 시스템과 그 고루한 조직의 어떤 측면을 해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합니다. 가령, 80 년대와 90 년대에 벌어졌던 ‘교과서 전쟁’(어떤 작가의 작품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 – 역주)과 교과서 목록의 다양화 요구 같은 것이 그 예이죠. 하지만 저 역시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수업 시간에 전자기기 사용 금지, 노트북 금지, 휴대폰 금지”를 외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러한 변화가 실상은 대학의 신자유주의화를 교묘히 가리기 위한 위장술이라는 점입니다. “세미나를 기업가정신 양성을 위한 실험실로 탈바꿈하자”라는 생각인데, 저는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기업가정신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경영대학이 아닌 나머지 분야, 특히 교양학부와 인문학부는 교육의 목적이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저는 상당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말과 더불어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은, 오늘날 현대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 하나와 컴퓨터 언어 하나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코드 짜는 법을 배우되 플라톤도 읽고, 가능하면 이 두 개의 영역을 한 번 융합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하시는 비평적 작업 critical work 과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정의하는 비판이론 critical theory 의 차이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다시 말해 제가 정확히 여쭤보고 싶은 것은, 비평적 만들기라는 용어가 적절한지, 혹시 지나치게 학구적인 것은 아닌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들리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다른 말로 바꾸는 것이 나을 것인지 등의 질문입니다. 비평적 만들기라는 용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이대로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다른 용어로 바꾸는 게 낫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비평적’이라는 단어가 좋은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이름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아무 내용 없는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고 특정한 브랜드로 화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종류의 프로젝트를 묘사하고자 ‘비평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비평적 연구일 수도 있고, 전술적 미디어 혹은 코드의 정치학에 대한 흥미일 수도 있지요.
비평 critique 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지요. 이 단어의 기원은 기본적으로 두 개라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칸트가,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가 사용했습니다. 칸트가 사용한 비평의 개념은 도그마의 거부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기이해에 대한 비교조주의적인 관심, 지식의 자아성찰적인 측면, 외부적 잣대에 기대지 않고(가령, 도그마에 기대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지식의 능력 등. 칸트의 유산은 우리의 근대적 경험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르크스의 비평 개념은 이와 유사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마르크스의 개념 역시 비교조주의적이고, 자아성찰적이고, 근대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개념은 다소 심심하고, 현세적이며, 비초월적입니다. 물론 마르크스의 맥락 내에서도 비평은 논쟁을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적대감에 의해 움직이지요. 언제나 상대방과 반대되는 위치에 있는 변증법적 관계이니까요.
마르크스의 비평은 입장을 취하는 것과 관련 있습니다. 가령 위키피디아를 생각해봅시다. 위키피디아는 그것과 정반대의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위키피디아에는 비평하는 문장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중립성 원칙 때문입니다. 위키피디아는 합당한 이유 하에 우리가 비평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금하는 아주 구체적인 편집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습니다. 비평이란 특정한 입장을 취하고, 이를 두둔하고, 어떤 것은 반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동 혹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러니 하신 질문에 답해보자면, 저는 물론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의 유산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그런 종류의 방법론이나 접근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하려는 작업 중에는 비판이론의 유산을 가져오ᅡ(여기에 대륙철학의 요소를 조금 가미하여) 그것이 당대의 질문, 특히 디지털 미디어와 관련된 질문과 연계가 되는지, 혹은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도 있습니다.

 

앤서니 던 Anthony Dunne 과 피오나 라비 Fiona Raby 가 정립한 비평적 디자인 Critical Design 의 개념에서는 어떤 것을 취할 수 있을까요?

비평적 디자인이라는 말은 조금 우스워 보입니다. 디자이너들은 워낙 이름 붙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고, 이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디자인은 처음부터 비평적 과정입니다.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불리는 것이 결국 그것이죠. 디자인은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논의하고, 모양을 달리해보고, 조율해보고, 여러 개의 버전을 만들어보는 반복적인 과정입니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이 디자이너다”라고 부르는 이유지요.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큐레이터이고, DJ 고, 디자이너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주류적 삶의 바깥에 위치하던 비평이 오늘날에는 완전히 밀착해 있다는 개념을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어느 날은 소위 비평적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던 디자이너가 다음 날에는 IKEA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정상적인 일입니다.

 

최근의 프로젝트, 그릅, 방향, 주제, 흐름 중 만들기운동이나 DIY 문화 측면에서 흥미로운 것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에 접하신 것 중 예상치 못하게 도발적이거나 관심을 끌었던 것이 있습니까?

글쎄요, 흐름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은 합니다만, 우선 제가 하드웨어에 밝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네요. 제가 피지컬 컴퓨팅에 익숙하지 않은 관계로, 3D 프린팅, 마이크로칩 코딩, 아두이노와 같은 최근의 흥미로운 흐름에는 직접 관여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의 경우, 저의 성배는 여전히 애드 혹 네트워크 Ad Hoc Network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일단 많은 수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동원해 애드 혹 네트워크가 제대로 실행만 될 수 있다면 어느 순간에 기술과 어울림의 양상에 거대한 변화가 도래할 것입니다. 가령, 점거운동ᄋccupy Movement이 트윗, 리트윗의 ‘트위터 혁명’(애초에 굉장히 문제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이 아니었다면, 그 대신 완벽한 애드 혹 네트워크가 작동했다면 어땠을까요. 상황은 매우 달랐을 것입니다. 이 점이 제가 매우 흥미롭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비트토렌트 Bittorrent 가 파일 전송의 양상을 완전히 바꾼 것처럼 애드 혹 네트워크 역시 거대한 변화를 야기할 것입니다.
질문하신 것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되지 않지만 저는 이것이 DIY 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에서 위로 확산되는 풀뿌리 운동의 정신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에게는 중추가 필요 없습니다. 정보의 중추가 필요 없습니다. 애드 혹 네트워크가 있다면 기기의 전원을 그저 켜는 것만으로 중추와 풀뿌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점령운동 애기를 꺼내주서서 반갑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점령운동이 <메이크>의 탈정치적이고 가족 친화적인 톤과 명확히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점령운동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일들을 통해 소위 DIY 문화라는 영역 내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발생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DIY 문화를 탈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이상해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메이크>의 비전 선언문 같은 일부 글을 보면, 메이커 운동을 비정치적 운동으로 규정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해킹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 아닐까요? 해킹에서 만들기 요소만을 추출하거나, 만들기에서 해커 윤리라는 해킹 부분을 제거해 불순한 부분을 살균시키는 것이거나. 디즈니화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분명 메이커 운동을 가정 친화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이런 전략은 어떤 면에서 메이커 운동이 널리 확산되고 대중적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된 핵심적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너무나 풍부하고 흥미로운 평크의 미학, 해커의 미학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중요한 지적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가령 1960 년대 이후의 미학적·정치적 기술들 및 이것이 주류에 반기를 드는 반체제적, 심지어 반사회적인 행동을 어떻게 구성했는가에 대해 역사사회학적인 관점에서 고찰할 수도 있겠죠. 그런 다음 그런 기술들의 기원을 추적해 한때는 다소 급진적이거나 반체제적이었던 것이 어떻게 정상성을 획득했는가에 대해 알아볼 수도 있고요. 심지어 특정 기술이 어떤 경위를 거쳐 반대편을 위해 복무하게 됐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그 주제에 대한 좋은 자료는 레이첼 메인스 Rachel Maines 의 글이 아닐까 싶은데요.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레이첼 메인스는 그와 관련해, 한때 노동지향적이었던 기술과 관행들이 쾌락을 위해 동원되었으며,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쾌락 지향적인 유흥으로 변형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욕망의 지위가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해보죠. 1970 년대에 들뢰즈와 가타리는 욕망을 급진적이고 해방적인 역량이라고 말했습니다. 상황 주의자 인터내셔널 역시 그러하 구요.
하지만 요즘 페이스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해보세요. 그것은 활동성, 정서성, 수행성이라는 생산 양식에 완벽히 들어맞습니다. 1990 년대 초반에는 주디스 버틀러가 급진적 사상이었지만 현재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에 완전히 흡수되었어요. 지난 2,30 년간 굉장히 많은 것들이 변한 것이죠.
상호작용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봅시다. 만일 누군가 1960 년대에 인터액티브 미디어에 대해 얘기를 했다면 그는 급진적인 사람입니다. 인터액티브하다는 것은 미디어가 양방향이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이 말은 결국 방송 모델이 아니라는 뜻이거든요. 미디어는 쌍방향이어야 한다, 라고 당시 인터액티비티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본질적으로 사람 편에 선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터액티비티는 기껏해야 완벽하게 정상적인 개념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조금 사악하게까지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구글이 저와 상호작용하지 말았으면 할 때도 굳이 상호작용 하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지메일이 제가 쓰는 이메일과 상호작용하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사실 리믹스 문화에 대해서도 똑같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초기 실험 영화와 비디오 프로젝트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히 놀랍게도 1980 년대 MTV 화면을 보는 것 같았어요. 완벽하게 똑같은 테크닉에, 엄청나게 빠른 편집 등등. 그런 것이 역사의 희한한 순환이죠. 어느 순간에는 마법 같고, 비평적이고, 심지어 반사회적이었던 것이 한 세기만 지나면 정상적이고 심지어 주류가 되어있는.

 

DIY 라는 용어가 현대에 사용되는 양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크 프라우엔펠더 Mark Frauenfelder 나 매류 크로포드 Matthew Crawford 와 같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식이요. DIY 라는 말이 어떻게 변해왔고, 현재 위치는 어떠하며, 기원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지요.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DIY’라는 말이 목재 사러 홈디포 Home Depot 에 간다는 말부터 아두이노를 프로그래밍한다는 말까지 온갖 것들을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이 용어를 최대한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재 뉴욕에서는 옥상에 정원을 꾸미는 일이 유행입니다. 옥상이 굉장히 많은데 비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부모님이 1970 년대에 귀농을 하셔서 저는 오리건 주의 농장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니 저는 어느 정도 DIY 정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다시 뒷마당에 닭장을 짓고 싶어요!
앞서 얘기했듯이, 저는 우리가 매우 부유한 나라이지만 동시에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만들 때조차 실은 만드는 것의 핵심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죠. 그 핵심이 물리적인 지식일 수도, 영적인 지식일 수도 있습니다. 방금 크로포드를 언급하셨는데, 다른 사람(공예가에 대한 리처드 세넷 Richard Sennett 의 책 등)들에 대해 논의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대륙철학에서 많이들 얘기하는 것이 목공입니다. 농담이 아니에요. 도구는 현재 매우 주목 받는 아이템입니다. Etsy(핸드메이드 전문 쇼핑몰 – 역주)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심지어 음악계에서도 DIY 핸드메이드 정신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10 년, 20 년 전에는 Sub Pop 같은 소규모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는 것이 쿨한 정신의 정점이었다면 현재는 자기 손으로 직접 제작, 발매하는 것이 더욱 멋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카세트나 레코드 판 역시 붐이죠…… 레코드판에 녹음해 직접 발매하거나.

네. 저는 이런 현상이 재미있어요. 문화의 모든 부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죠. 음악이건 리눅스건 점령운동이건. 바람직한 발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현상을 좀 더 넓은 맥락에서 규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낭만주의에 절대 질리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절대 흥미를 잃지 않는 기본적인 현상학이 있지요. 제 말은, 사람들은 언제나 진정성, 세상에 제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을 갈구한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관계가 와해되어 인간들이 고립되고 상품화 되어가면, 사람들은 보다 진정성 있고 진지한 존재 상태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입니다. 이는 소크라테스 때부터 시작된 움직임이고, 그 뒤로도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어요. 현상학과 낭만주의는 어쩌면 가장 최신의 상징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것이 방금 하신 질문, 즉 핸드메이드로의 회구ᅵ, 물건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흐름, 그리고 그 물건이 확산됨에 따라 친구들이나 사람들과 보다 진중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묶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저는 목공을 좋아해서 여유가 있을 때 가구를 만둡니다. 그래서 왜 사람들이 이렇게 느끼는지 이해가 돼요.

 

저는 그 이유 중 하나가 그저 단순하게, 사람들이 월마트에서 물건을 사들이는 것에 그만 질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할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깎아주신 숨가락 같은 것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핸드메이드 문화 때 우리가 향유했던 진정한 의미의 핸드메이드, 혹은 그 정서가 것든 물건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컴퓨터에 기반한 것이면 어렵다는 말씀이신가요?
글쎄요, 그것이 과연 컴퓨터에 기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좋은 것 같습니다. 가령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서를 가미한 인스타그램처럼 소프트웨어에 정서를 복제한 시도도 보이는데요, 하지만 실체가 있는 물체의 무게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대체가 훨씬 어렵지 않을까요?
미디어는 언제나 그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는 미디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쯧쯧, 이런 것들이 현대 생활의 비인간적인 측면들이야/’ 하면서요. 하지만 미디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살펴보세요. 지금 생각나는 것은 앤티앨리어싱 anti-aliasing 기술이네요. 이 기술의 발명으로 이미지에 부드럽고 진짜 같은 질감이 부여됐죠. 혹은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낭만주의의 뒷면은 순진한 감상주의거나 향수이니까요. 그런데 그것이 함정입니다. 낭만주의 자체는 물론 하나의 이데올로기이고 우리는 이를 인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저기 나타나는 이러한 소소한 향수가 너무 좋아요. 사람들은 이제 CD에 향수를 느껍니다. MP3 는 압축을 해야 하는 반면 CD 는 보다 깊고 풍부한 소리 스펙트럼을 갖고 있거든요. 앞서 언급하셨듯이 사람들은 이제 레코드판, 혹은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려놓았을 때 들리는 지지직 소리에 향수를 느껍니다. 그러한 미디어 인공물들이 보다 즉각적인 진짜 경험의 지표가 되어 되돌아옵니다.

 

맞습니다. 혹시 DIY 문화, 만들기, 비평적 만들기 혹은 핸드메이드 공예와 관련해 읽어몰 만한 책들을 추천해주시겠습니까? 앞서 세넷과 크로포드를 비롯한 몇몇 작가들을 소개해주셨죠. 추가해주실 만한 저작이 있을까요? 혹은 사람들이 더 깊게 읽어봐야 할 책이나 작가로는 누가 있을까요?

초기부터 귀농운동에 이르기까지 오래된 좋은 히피 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혼자 집 짓는 방법부터 염소 키우기에 대한 책 등등이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아직도 염소떼가 풀 뜯고 돌아다니며 길을 내는 광경을 몰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여전히 염소떼를 “몰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죠.

(웃음) 현상학과 관련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건축가인 크리스토퍼 알렉산더 Christopher Alexander 입니다. 창조와 디자인의 즉각성에 관한 한 알렉산더는 전설적인 인물이죠. 하지만 보다 최근의 인물을 들어보자면 제 영웅은 히어트 로빙크 Geert Lovink 입니다. 아마 인터뷰어님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되는데요. 특히 아딜크노 Adilkno 라는 가명 하에 공동집필한 그의 초기작 미디어 아카이브 Media Archive 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주제에 대해 굉장히 오랫동안 글을 써왔고,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더욱 깊고 섬세하게 비평적 미디어 관행을 사유해온 사람입니다. 그의 저작이 정말 위대한 이유는 그가 두 개의 전형적인 진영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해킹에 열광하는 컴퓨터 괴짜들이어서 대개 찬성하던가, 특허권이 있는 비즈니스 세계에 속해 (이익에 해가 될 경우) 반대하거나 두 중에 하나거든요. 하지만 로빙크와 같은 사람, 혹은 매튜 풀러Matthew Fuller의 저작이나 티지아나 테라노바Tiziana Terranova, 예술 창작 집단 크리티컬 아트 앙상블Critical Art Ensemble 등은 오늘날 우리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한 영향을 주고 있지요. 그런 종류의 작업은 분명 저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읽을 때마다 점점 좋아지는 또 다른 책으로는 맥킨지 와크 McKenzie Wark 의 저서 해커 메니페스토 Hacker Manifesto 입니다. 기 드보르와 들뢰즈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책이죠.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문화에 대한 몇 안 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1990 년대 웹 붐이 일어난 이후 확연히 눈에 띄는 소수의 책 중 하나입니다.

 

 

공간을 해킹하다 – 해커스페이스의 과거, 현재,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 / 그렌츠푸트너 & 슈나이더

Johannes Grenzfurthner and Frank Apunkt Schneider. 2012. “Hacking the spaces.” Garnet Hertz ed. Critical Making. HISTORY.

번역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만들자 마라톤을 위한 읽기꾸러미 (2013.11.01) http://apap.or.kr/making_marathon
기획: 만들자연구실 디렉터 최태윤, 공원도서관 디렉터 길예경
편집: 길예경, 최태윤
옮김: 김정은

“공간을 해킹한다”는 자율적인 공동체의 열린 공간인 해커스페이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그린다. 모노크롬은 이 글에서 현재의 모순과 한계에 대해 분석한 후 해커스페이스를 더 나은 공간으로 바꾸고자 제안한다. (최태윤)

 

 

공간을 해킹하다 – 해커스페이스의 과거, 현재,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

요하네스 그렌츠푸트너 Johannes Grenzfurthner
프랑크 아푼크트 슈나이더 Frank Apunkt Schneider

 

http://www.monochrom.at/hacking-the-spaces의 허가 하에 다시 게재함.

 

해커스페이스 1 / 역사

해커스페이스의 역사는 반문화운동의 기세가 막 왕성해지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적·정치적·경제적·생태적 관계 방식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히피들의 시도 이후, 살고 노동하기 위한 새로운 공간 구축과 관련해 대략 10 년 간 무수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 공간은, 유치원부터 묘지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공간을 모조리 획일화하고 자신의 가부장적이고 경제적인 질서를 재생산하려는 부르주아 사회의 단일화된 지배 방식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키고 구출하기 위한 일종의 틈새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목적, 운영 모드는 크게 봤을 때 결국 “사람을 소외시키고” 인간의 기본 욕구와 관계를 통제하고 자기 입맛대로 바꾸는 것인데 오픈스페이스 Open Space 를 구축한다는 것은 결국 이 자본주의 사회(동구권의 경우는 독재적 공산주으ᅵ)에 대항하겠다는 의사 표명이었다. 이리하여 1960 년대의 실패한 저항은 일상에 편재한 부르주아적 라이프스타일의 그늘 속에서 살아남아 점차 퍼져나갔다. 그리고 꿈을 현실화하고 현실성을 되찾으라는 처량한 말들과 모호하고 환각적인 꿈 속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생겨났다. 이런 전환은 히피들의 거시정치적인 꿈이 완벽하게 스러졌기 때문에(사이키델릭 팝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일렉트릭 프룬스 The Electric Prunes’의 ‘지난 밤에는 너무 많은 꿈을 꾸었어 I had too much to dream last night’ 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히피들은 그저 포스터를 붙이고, 팝송을 부르고, 마약 판타지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하디 강한 현실 세계는 입으로만 변화를 외쳐대는 한 무리의 추잡한 부르주아 낙오자들에게 전혀 곁을 내주지 않았다. 실제 세계의 자본주의적 토대는 지나치게 효과적이어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1972 년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시스템에 투항하여 그 흐름에 합류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미시정치적 전술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구세계를 신세계로 전환하려는 노력 대신 사람들은 구세계 내에 자그마한 신세계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이 세운 오픈스페이스 내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 노동 방식, 심지어 사랑하는 방식 등을 함께 고민하고 시도했다. 정치운동의 역사적 발전 및 정치운동이 공간이나 지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1969년에 일어난 학생저항운동은 빼앗긴 공간을 되찾고 도시의 미로를 전용해 기존과는 다른 심리지리를 창출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1970년대 후반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독일어권 국가와 네덜란드에 영향을 준 자율운동 autonomia movement 역시 자치적인 청소년 센터 확보이든 해적 라디오 전파의 도용이든, 결국은 공간의 전용에 관한 운동이었다. 결국 첫 번째 해커스페이스는 주택불법점거, 대안카페, 농업협동조합, 공동운영 비즈니스, 공동체, 비권위적인 아동보호센터 등의 반문화적 지형도에 가장 일치한다. 이 모든 것들이 부르주아 사회의 암흑 중심부에 탄탄한 대안 라이프스타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해커스페이스 2 / 현재

해커스페이스는 사람들이 편하게 오가며 일할 수 있는 느긋하고, 멋지고, 비억압적인 공간을 제공했다(물론 자본주의사회에 편입돼 있는 장소나 환경도 느긋하고, 멋지고, 비억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학 용어인 ‘제 3 공간,은 공간을 사는 곳과 노동하는 곳만으로 구분하는 부르주아의 이분법적 구조를 타개하는 장소를 의미한다(더불어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 제 3 공간은 그러한 이분법적 구조를 통해 형성된 라이프스타일을 거부하는 통합적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가령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때도 협력적이고 비억압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는 것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솔루션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철학자 아도르노 Adorno 의 ‘잘못된 삶 Wrong Life’ 역시 슬그머니 발을 들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적응력이 고도로 높은 독립체다. 따라서 대안적인 공간, 대안적인 삶의 방식에서 나온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쥐어짜지고 마케팅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런 ‘인디’ 운동의 결과물 중 어떤 구조적 특징들은 그렇게 돌연 찬사를 받고, 자본주의 개발 실험실에 응용되거나, 그대로 ‘복사-붙이기’ 되어버렸다. 이러한 특징들은 1970 년대 후반, 부르주아 사회가 반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을 활용해 스스로를 업데이트하고 재설정하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다. 주류는 반문화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지식을 쏠어 모아 그것을 이용했다. 반대 목소리를 정상화하기. 오 예. 결국 60 년대 저항과 그 이후의 모든 미시적 저항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일종의 기분전환으로 소비되고 말았다. 언제나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체제의 전반적인 진화와 완성도에 장애가 되는 구식의 억압적 특징들을 제거하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에코자본주의가 유행했고, 이는 자본주의의 ‘착한 부/ 자본주의의 ‘좋은 느낌,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오늘날 해커스페이스는 초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 첫 번째 해커스페이스가 형성되었을 때는 ‘우리’(저항하는 사람들)와 ‘그들’(통제하는 사람들) 간의 경계가 언제나 뚜렷했다(‘적대관계,). 부르주아의 전형적인 운영 체제 내에서 살거나 일하기 싫었던 사람들은 상당히 합당한 이유를 들어 그 제도의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인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기를 거부했다. 당시 공간의 타자성을 결정짓는 것은 냉전시대의 이분법에 기초한 부르주아 주류 문화의 일관성이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공간들은 국가도 아니고 자유무역 자본주의도 아닌 다른 종류의 제 3 공간이었다. 그리고 구조적으로나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들과 다르다는 점은 중요한 정치적 선언이자 입장이었다. 주류와 언더그라운드로 쉽게 구별되는 사회에서는, 언더그라운드 내의 오픈스페이스에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이 잘못된 방향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으로 간주되었다. 대안적 구조를 개인이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옳은 편에 섰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전 후 새롭게 재편된 사회 질서는 해커스페이스의 위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한편으로는 더욱 억압적이고 강해지는 동시에 시스템은 (영리하게도!) 다른 것을 관용하는 법을 학습했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곳은 언제나 정상성의 가장자리라는 점을 파악했다. 은밀히 숨어있는 문화를 쥐어짜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전에 보여줬던 반문화적 공간에 대한 불관용이나 가끔은 폭압적이기까지 했던 억압은 오히려 그러한 공간을 강하게 만들고, 그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었다(적어도 그런 공간을 다 쏠어버리지 못한 사회에서는). 그리하여 대안적인 삶의 방식은 오래되고, 지루하고, 보수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재의 부르주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부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로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기술적(그리고 미학적) 문제의 새로운 해결 방식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탄생했고 부르주아의 스카우 터들은 그런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다가 이런 저런 것들을 발굴했다. 이는 1990 년대 소위 얼터너티브 록 계에 생긴 일과 유사하다. 대안적인 주류의 탄생! 한편, 1990 년대는 자유 민주주의가 승리를 거둔 시대로서,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zek 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89 년 11 월 9 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행복한 1990 년대’가 시작되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Francis Fukuyama 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였다. 대개 이 시대는 9/11 사태로 끝났다고들 보는데, 유토피아는 아무래도 두 번 죽어야만 하는 것 같다. 자유 민주적인 정치적 유토피아가 9/11 을 끝으로몰락했어도 글로벌 시장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유토피아는 건재했으며, 이 경제적 유토피아는 이제서야 종말을 고했다/’ 그러니 컴퓨터 괴짜들 geeks and nerds 이 자유 민주주의의 정치적 형태와 경제적 형태가 모두 죽어가는 것을 빤히 지켜보면서도 이미 실패한 이데올로기인 자유 민주주의의 옹호자로 변신한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냉전사회의 정치적 경계가 사라지자 해커스페이스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변하기도 했다. 정치적 의제는 개별적인 문제 속에 묻혀버리고, 기술에 눈밝은 괴짜들은 공격적이지 않고 무서울 것 없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곳은 시장의 공격성이 유예된 곳이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기술적이고 창의적인 문제와 도전들을 예의 바르게 토론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치적 접근법은 괴짜스러운 소규모 워크샵 낙원들 사이에서 자연히 소멸돼 버렸다. 미시 정치학은 자본주의의 불가역적인 흐름 속에서 분해돼버린 거시 정치학 프로젝트들만큼이나 규모나 범위 면에서 대대적으로 실패했다. 혁명(혹은 그런 종류)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깔끔한 개혁론으로 순하게 길들여졌고, 눈 앞에 놓인 유일한 혁명은 인터넷 기술의 준 혁명과 소설 웹의 발아뿐이었다. 예전의 정치적 의제가 부재한 상태에서 해커스페이스는 더 이상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작은 장소로 변모했다. 이런 상황은, 합법화되어 부르주아의 신흥 하우징 프로젝트로 변신한 주택불법점거의 몰락에 비견될만하다. 이제 불법점거주택은 쿨한 도시 보헤미안들이 살며 예술과 언더그라운드, IT 비즈니스와 광고 에이전시를 착실하게 오가는 장소가 되었다. 오늘날의 모든 해커스페이스가 이런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대부분 동일한 길을 걸어왔음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상당히 오랜 기간 거시정치적 전략이 해커스페이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에 내재적 차별성을 부여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이것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핍 때문에 해커스페이스는 더 이상 보다 폭넓은 범위를 아우르며 정치성을 띄거나 형성되지 못한다. 이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하건 해커스페이스 공동체는 위축된 채로 남아있을 것임을 의미한다. 인적자원을 배양하는 영양액 이상의 기능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소일렌트 구글은 사람으로 만든 거야! – 영화 ‘소일렌트 그린’의 대사 패러디. 대체식품인 소일렌트 그린이 인육으로 만든 것이었다는 대사를 패러디함-역주)

 

해커 스페이스 3 / 미래

그렇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 사실 반대할 거리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감시 같은 주제는 단박에 떠오르지 않는가. ‘안티’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아예 룰 76 번(만화나 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는 예외 없이 인터넷 어딘가에 여자 버전이 존재한다는 인터넷 룰 75 을 패러디 – 역주)을 만들어보자.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한, 그것에 대해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단순하다. 부르주아 사회의 역사상 지금처럼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해커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가운데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르주아 사회가 어떤 곳이며, 그 사회 내에서 오픈스페이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우리는 무엇을 공격해야 하는가에 대한 간결한 이론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매력적인 대안들은 그러한 이론에 기반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첨단 도구를 만들고, 세계를 무대로 네트워킹 하고, 프로그램 기술과 과학 기술을 활용하는 우리의 일상에 혁명적인 아우라를 덧입혀줄 정치적 의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역사뿐 아니라 오래 전에 도입된 정치적 접근법과 정치적 욕구,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 숨어 있는 정치성에 대한 역사를 보다 명쾌하게 이해하고 의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그 출발점으로서 우리는 해커스페이스 내에 워크숍을 열어 정치, 역사 및 우리가 삶으로 다시 불러내야 할 것들에 대해 배웠으면 한다. 이론은 세상을 분석하고 해체하기 위한 일종의 연장세트다. 더불어 우리는 오늘날 해커스페이스가 ‘기기를 직접 만드는데 열광하는 백인남성 괴짜 집단’이라는 특정 세력의 ‘자비로운’ 통제 하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형성하는 자기들만의 관행이 해커스페이스 전체의 내용을 결정짓는 형국이다(미국의 어떤 지역 내 해커스페이스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라틴계 구성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유럽인 특유의 잘난체는 삼가고 싶다. 우리는 유럽의 참 다문화적인’ 해커씬을 잘 들여다보며 터키나 북아프리카 출신의 해커들이 과연 인구 내 비율만큼 존재하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아니면 그저 여성들의 수를 세 본 다음 그들이 총 구성원의 50%를 차지하는지 살펴보라.) 오늘날의 해커스페이스에는 많은 수의 민족적ᅵ사회적인 그룹들이 배제돼 있다. 이들은 그 공간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있거나, 혹은 백인남성 괴짜들의 장악에 겁을 먹거나, 그들의 성차별주의적이고 자신들을 배제하는 농담에 겁을 먹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괴짜들 무리와 의사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을 수도 있다(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부르주아 사회에서 주변화된 모든 그룹들을 비억압적인 방식으로 포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반문화 역사 속 첫 번째 해커스페이스가 의도했던 바다. ‘정치의 본질은 언제나 행동하는 자들을 위해 복무한다’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인정한다면, 현재 해커스페이스의 정치학은 백인 중산층 남성들의 이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은 변해야 한다. 자, 지금으로서는 여기까지다. 이제 문제 해결에 착수하여, 현재의 다소 지루한 해커스페이스를 전형적인 고ᅵ짜 틀 classical nerd scheme 에 잘 들어맞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향유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자유를 생산해내는 화려한 공장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생겨날는지 기대해보자. 괴짜를 바꾸자. 해커스페이스를 더 나은 공간으로 바꾸자. 당신과, 나와, 인류 전체를 위해.

 

 

북미와 유럽의 ‘메이커 운동’에 대해 성찰해 본 16개의 단편 / 크리스 칙센미하이

Csik. 2012. untitled. Garnet Hertz ed. Critical Making. MANIFESTOS.

번역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 만들자 마라톤을 위한 읽기꾸러미 (2013.11.01) http://apap.or.kr/making_marathon
기획: 만들자연구실 디렉터 최태윤, 공원도서관 디렉터 길예경
편집: 길예경, 최태윤
옮김: 조동원 (jod@unmake.org)

[아래의 글은] 사회운동의 맥락에서 ‘메이커 운동’의 현위치와 영향력을 가늠한다. 예술가이자 활동가로서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의 창작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름붙여져 온 과정을설명하며, 이름붙이기에 천착하기보다는 핵심적인 목적을 정의하고 이를 유쾌한 실천으로 이어가도록 북돋운다. (최태윤)

 

 

이봐, 가넷! 멋지게 잡지 만드는 일을 하고 있군. 이건 내가 22년간 비평적인 기술적 실천에 관여한 기록이네. 이제 나는 늙은 건가. 북미와 유럽의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에 대해 성찰해 본 16개의 단편(斷片)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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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라는 말을 쓸 때마다 나는 극단적 양가성을 표현하기 위해 허공에 양쪽 두 손가락으로 인용부호를 표시한다. 무관심하고 다른 것으로, 양가성은 두 가지 강력한 감정을 의미한다. 나는 ‘메이커 운동’이라는 아이디어를 좋아하는데, 진부하고 기업화된 물질 세계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개혁할 수 있는 그 잠재력 때문이다. 나는 ‘메이커 운동’을 매도하기도 하는데, 어리석은 게 아니라면 기껏해야 별 효과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0001

솔직해 말해, ‘메이커 운동’의 실천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 운동으로부터 특별히 중요한 것이 나온 게 없다. 실천자들 간의 비판적 대화로서 ‘메이커 운동’은 과학기술사회학과 디자인이론을 합하고 확장시켰다. 그리고 물건을 만드는 것은 확실히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단어는 부상하는 흐름, 사회운동을 암시하는데, 만들기는 또한 필연적으로 대량생산 및 산업과 대화 상대를 이룬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성공을 상업적 소프트웨어와 대조해 봄으로써 그 운동의 결과를 판단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메이커 운동’은 그러한 방향과 크기의 관점에서 설명되어야 한다. 혹은, ‘메이커 운동’ 참여자들을 단지 원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입의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전국적 대화 의제로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으로 [북미의] 점령 운동과 [스페인의]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Occupy/Indignants movement을 판단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들과 대비해 볼 때, ‘메이커 운동’의 영향은 아주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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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메이커 운동’은 자기표현의 형태를 띠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즐거움에 대한 것이다. 그건 좋으나, ‘메이커 운동’이 있기 오래 전부터 히스키트HeathKit 아마추어 전자공학 키트 열성가, 고물차 조립가, 낙서 예술가, 밀주 제조가, 요리가, 정원사, 기차 모형 애호가, 가정 기계 수리자 등 수많은 하위문화가 조직된 방식으로 그런 즐거움을 누려왔다. ‘메이커 운동’이 얼마나 고유한가는 그것이 기업적 물질문화와 명시적으로 맺는 관계 속에서였다. 메이커 권리 장전The Maker's Bill of Rights은 특히 사적 대량생산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내가 아래에서 지적하고자 하는 논점들은 이러한 사실, 즉 ‘메이커 운동’을 차별적인 것으로 만드는 핵심을 참조하여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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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 프로젝트를 위한 부품을 사려고 몬타나의 한 농업장비 상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줄 서 있는 7명 중 쌩쌩한 두 손과 두 눈과 두 귀와 두 다리를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그 전까지 나는 내 두 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만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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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여적 만들기socially engaged making는 필연적으로 그 대안들과 변증법적으로 연관된다-한편에 상업적이고 기업적인 대량생산이 있고, 다른 한편에 수공예가 있다. 만들기가 자기 표현에 대한 것일 때조차 실천자들은 그 변증법적 형태를 선택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한 장르로서 기술적 생산물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물과 대조되는, 손수 만든 물건이 주는 전율, 혹은 이상화된 수공예의 실천과 연속선상에 있다는 안도감은 그것에 유의성을 부여한다. 기차 모형 애호가는 메이커로 간주되지 않는데, 아마도 역사적 이유 때문에, 그리고 또한 그들이 동시대 생산물이 아니라 19세기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만들기는 그것이 효용성을 비판하고 있을 때조차, 실험과 생산물이라는 같은 종류의 묵시적 효용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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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인 찰스 틸리Charles Tilly (1929~2008)는 성공적인 사회운동의 몇 가지 핵심 특성을 규정했는데, 그 중 하나는 집단적 정체성 형성이다. ‘메이커 운동’은 그 점에서 성공적이다. 자칭 메이커와 메이커 공간은 확실히 그 전보다 많아졌고, 예술, 디자인, 공학 등 여러 선행 분야에서 온 사람들도 메이커의 정체성을 함께 갖고 있다.

 

0110

사회운동이 성장하고 더 큰 문화에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문화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쳐야 할뿐만 아니라, 입법화, 법적 체계, 사업, 기타 기술적이고 사회정치적 실천으로 그 가치가 ‘기술되어야write’한다.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J. 헤스David J. Hess는 사회운동이 물질문화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들을 알아냈고, 그것을 ‘기술·생산물 지향 운동Technology- and Product-Oriented Movements’이라 불렀다. 1980년대 남성 동성연애자 공동체가 어떻게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의 개발을 촉진시키는 의료적이고 법적인 관행을 성공적으로 변화시켰는지가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메이커 운동’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 아마도 전자기기 유통업자나 출판업자와 같은 사업가들이 벌인 시장과 같은 예외가 있지만 말이다. 최근까지 비행기 모형 열성가들은 강력한 로비를 벌이고, 바느질 열성가들과 기차 모형 제작자들은 보다 상업적인 쪽으로 가고, 전자기기 유통회사인 라디오 쉑Radio Shack은 여전히 그 지긋지긋한 라디오 쉑이다. 생산물들이 여전히 에이서나 애플같은 컴퓨터회사들의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 만약 우리 작업 중에서 보다 특수하게 사회참여적 혹은 심리적인 기술적 실천에서 그 어떤 것이 보다 넓은 문화의 정체성에 도전할 만큼 영향력을 가진 게 있었다면, ‘메이커 운동’이 현상 유지status quo로부터의 벗어남이었다면, 미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곧바로 이 운동을 포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0111

제조된 물건의 외연상의 효용이 정치적이지 않을지라도 만들기는 언제나 정치적 행위다. ‘북반구의/발전된’ 곳에 사는 한 명이 ‘남반구’에 비해 평균 32배나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한다. 그러한 북반구의 시간을 투여하면서, 차를 몰고 북반구의 그 홈 디포(Home Depot,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업체)로 가서, 북반구의 그 잡지와 스파크펀SparkFun이라는 전자기기 패키지를 주문하고, 어떤 것을 만드는 일은 지정학적 행위인 것이다.

 

1000

레이건 정부의 갱신된 군비 예산에서 갓 벗어난 1990년대 초반에는, 물건들이 어디서 오는지 알기가 조금 더 쉬웠다. 20세기 벽두부터 계속해서 미국은 DOD(국방부)라고 줄여 적는, 기술개발을 위한 단일 지불자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모조품이 나왔지만 그 궤적은 점차 감춰지고 있다. 1990년 시절을 돌아보자면, 나는 원천 부품을 아메리칸 사이언스 앤드 서플러스American Science and Surplus, 허바크 앤드 레이드먼Herbach and Rademan, 씨앤드에이치C&H (영원하라 씨앤드에이치여!)에서 사야만 했다. 스테퍼 모터stepper motors는 폭격기 조준 광학계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중고 역전류검출관(오실로스코프)은 모두 미해군US NAVY 마크가 등사되어 있었다. 스파크펀 에서 판매하는 전자 키트 고유의 장난스러운 빨간색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고, 그래서 황녹색과 청회색이 훨씬 더 많았다.

 

1001

1991년 나의 첫 로봇은 기술의 군사적 유산, 무인비행물체의 윤리학, 감시를 시연했다. 그것은, 그 알고리즘의 잘못된 편에 서있다면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제품이었다. 1990년대 후반 내내 한 신실한 친구가 모든 그런 물건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술이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게 참을성 있게 설명하려 했다. 감시, 무인비행물체, 군사 기술이 중요한 화제이기를 멈춘다면야 나는 샴페인 마개를 딸 것이다.

 

1010

처음에는 나의 작업 생산물을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불렀다. 이후에는 실험적 제품 설계라고 했고, 다음에는 날카롭고 남다른 제품edgy product이라고 불렀다(필자는 같은 이름의 웹사이트edgyproduct.org를 운영하고 있음편집자 주). 그리고 ‘물리적 컴퓨팅physical computing’이라는 용어를 듣게 됐는데, 그것은 단지 마이크로컨트롤러, 센서, 인터페이싱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다. 이후 사람들이 내 작업을 전술적 미디어 개입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또한 생산물이기 때문에 딱히 그렇다고 할 수 없었다. 또 비평적 디자인으로 불렸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만들기’가 나타났는데, 이 용어는 비판적 담론을 놓치는 것이어서 나는 인용부호를 사용해야 했다. 기묘하게 들리는 ‘비평적 만들기critical making’라는 용어도 나왔는데, 이것은 ‘위 아래up down’[예 아니오]를 연상시켰다.

이제 나는 사회정치적인 것을 향한 눈으로 기술적 생산에 이름을 붙이려는 시도를 포기했다. 이러한 브랜드화는 종종 어떤 생산적인 비판적 통찰과 연관되지만, 또한 이름 붙이는 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우리와 같은 학술, 디자인, 예술계에 있는 사람들은 강한 개인적 브랜드와 동일시하는 게 필요하고, 그것은 다시금 이름공간namespace의 오염으로 이어진다. 이 독립잡지 <크리티컬 메이킹>의 처음 청탁서에서 접한 용어들은 실험적 설계, 재활용주의, 대항적 설계, 비평적 디자인, 비평적인 기술적 실천, 비평적 만들기, 구부림Bending, 날카롭고 남다른 제품edgy product, 수작업, 직접 해보기, 민속 발명이다. 이것들 대부분은 [이름 붙인 자의] 고유한 성surname과 쉽게 교환될 수 있다. 사실, 사회에 참여하는 메이커가 메시지를 던지는 솜씨는 미국 민주당만큼이나 형편없다.

만들기에 대한 상은 명백하게도 오라일리O’Reilly(오라일리 미디어그룹 창업자—편집자 주) 에게 돌려져야 하는데, 부분적으로 그가 작은 미디어 제국을 통제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메이크> 지의 형성이 보다 쉽게 소화될 수 있도록 공학을 따라 의도적으로 기술의 정치학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장 초기이자 최상의 것 중의 하나인, 그리고 내가 지은 용어가 아닌, 비평적인 기술적 실천Critical Technical Practice으로 족하다.

 

1011

기술적으로 보면, <서킷 셀러Circuit Cellar>라는 잡지의 1970년대 판본들에서 설계도가 출판된 이래, 무엇이 가능한가에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그렇지, 오늘날에는 그저 그런 성능의 탁상 3차원 프린터가 나타났지만, 우리 이웃들 중 자신들의 차고에 어느 정도의 내성을 지닌 도구들을 구비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레이저 인쇄기나 비선형 편집 소프트웨어가 프로메테우스적 잠재력을 전격 실현한 방식처럼, 개발의 용이함조차 상당한 수준에서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확실히, 발광다이오드(LED)를 깜박거리게 하는 것은 보다 쉬워졌지만, 복잡한 것들을 건드리는 것은 아주 단편적으로만 쉬워졌을 뿐이다. 아트메가ATmega 사에서 제조한 칩은 6502 마이크로프로세서보다 집적 회로(실리콘 다이)로 더 많은 기능을 넣었지만, 아두이노Arduino 마이크로컨트롤러의 가장 특별한 레지스터의 98%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레이저 절단기는 끔찍한 소목 세공으로 어색한 정육면체의 세계를 만들어 우리에게 선사했다. 온라인 자원, 대화, 파일들과 같은 대부분의 이점의 유일한 원인은 인터넷에 있다.

 

1100

정치적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만들기의 최상의 모델은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고 그 협력, 공유, 개발, 배포의 기법들이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잠비아나 미시시피의 초라한 십대에게도 군수 업체나 마이크로소프트 사 생산부서의 것과 다를 바 없는 개발 환경을 제공하면서 이 세계의 가장 중요한 사업들에 전원을 공급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것들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명명백백한 성공이다. 그 영향력의 척도는 만들기가 전망해 볼 만한 것이다.

 

1101

도구, 노동, 산업을 재공식화하는 데 일반공중사용허가(GPL)와 자유 소프트웨어가 협력하여 거둔 성공은 물질적 구축으로까지 전이되지 않았다. 씽크싸이클ThinkCycle에서 영감을 얻은 인스트럭터블스닷컴instructables.com, 컴퓨터지원설계(CAD)가 저렴하고 열려있다면 소스포지SourceForge나 깃허브Github가 그런 것처럼 설계도의 공유를 보다 쉽게 만들 것이라는 바람을 믿고 있다. 이것은 아직 증명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놀라운 해설이지 깃허브가 아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설계 연합(OHANDA)이나 창조적공유저작물Creative Commons과 같은 열린 사용허가는open license 일부일지라도 일반공중사용허가(GPL)처럼 길고 또 날카로운 이빨로 자라날 수 있을 희망을 품고 만들어졌다.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만들기의 가장 큰 열린 질문은 어떻게 자유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배포의 법적이고, 정보적이며, 사회적인 기법을 번역할 것인가이다. 그것 없이는 주변부의 실천으로 머물 뿐이다.

 

1110

북미와 유럽에서 ‘만들기’라 불리는 것은 솔직히, 거의 대부분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생산된 생산물인 물질문화로부터 소외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충만하지 않다고 올바르게 인지한 부유한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취미다. 애석하게도, 메이커들은 문제를 표명하기보다 징후를 해결해줄 취미를 발전시키는데, 그것이 오히려 질병을 조금 더 키운다.

남반구라 불리는 전역에 메이커들이 있다. 단지 그들은 메이커라고 불리지 않지만. 어디에나 팹랩fab lab이 있으나 그들이 팹랩이라고 불리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이, 모두가 하얀 피부의 예수White Jesus를 닮은 사람들인데, 작은 CNC(컴퓨터수치제어) 밀링기계와 중국산 레이저 절단기를 가지고, 영혼을 얻어볼 거라고, 인도로 가는 것은 솔직히 너무 웃기는 일이다.

 

1111

마지막으로, 자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영향력을 닮은 만들기의 긍정적인 사례는 제프 워렌Jeff Warren의 풀뿌리지도그리기Grassrootsmapping로서 현재는 기술과 과학의 공공 실험실PLOTS.org이라고 불리는 보다 큰 협력 작업이다. 2005<메이크> 지의 첫 표지이야기는 ‘연 항공 사진이 당신의 눈을 하늘에 띄운다’고 약속했다. (그렇다, 거물들처럼, 당신도 무인항공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가질 수 있다.) 풀뿌리지도그리기도 처음에는 비슷한 기법을 썼지만, 공동체 지도제작을 위한 것이었다. 공동체의 지원에 힘입은 이 프로젝트는 일련의 혁신을 통해 보다 저렴하고 보다 쉽게 복제가능하며 보다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촬영 행위를 사진가, 필터 담당자, 이미지 스티치 담당자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온라인 도구와 짝을 이루게 하면서, 풀뿌리지도그리기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들을 증대시켰고, 그 결과 여러 지역에서 공동체 지도제작자들이 형성되었다. 기술적으로 정교한 풀뿌리지도그리기의 웹 프로그래밍은 점차 저렴해지는 하드웨어 햌hack를 한층 더 돋보여줬다. 영국의 다국적 석유회사 비피(BP)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무렵, 풀뿌리지도그리기는 강한 결속의 공동체를 형성했고 환경 문제에 깊이 관여했으며, 다층적으로 협력하는 저자들과 시장 모델이 경쟁할 수 없는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의미심장한 비평적인 기술적 실천이었다. 구글도 풀뿌리지도그리기/기술과 과학의 공공 실험실(PLOTS) 항공사진이 자사의 위성으로 촬영한 것보다 더 낫다고 인정했고, 이들이 만든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의 일부를 구글맵의 기본 레이어에 통합시키기도 했다.

멋지다. 내가 따분하게 한 것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설정하자configure

만들자make

자유롭고 유쾌하게 만들자make it funky